[신 영웅전] JP 모건의 집사
미국의 부호는 한국처럼 재벌이라는 이름으로 문어발식 경영을 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카네기는 철강, 해리먼과 록펠러는 석유, 스탠퍼드는 철도, 모건은 유통(백화점)을 주력 기업으로 경영한다. 그 가운데 모건 상사의 2대 총수인 존 피어폰트 모건(1837~1913)은 호텔 경영에 성공하자 이후 은행(JP모건)에 주력해왔다.어느 날 모건 2세가 오랫동안 데리고 있던 집사가 그만두고 여생을 편히 쉬고 싶다고 했다. 모건이 응낙하고 다른 사람을 찾았다. 모건이 집사를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여러 사람이 응모했는데, 그 가운데 두 사람이 끝까지 경합했다.
모건은 둘 다 놓치기 아까워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때 은퇴하는 집사가 모건에게 말하기를 그 둘 가운데 한 명은 자기가 집사로 채용하겠노라고 말했다. 모건의 집사는 집사 일을 하면서 큰 부자는 되지는 못했지만, 집사를 두고 여생을 보낼 만큼의 돈은 벌었다.
그가 모건이 채용하려는 집사를 고용하고 살 만큼 재산을 축적하기까지 얼마나 근검절약했을까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물론 미국은 자본주의의 천국이고, 그래서 능력껏 발전할 수 있는 풍토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하더라도 그 집사는 가난을 모면하고 싶은 우리에게 하나의 교훈을 주고 있다.
한국사회는 부자들이 돈을 풀어야 하는데, 높은 상속세 때문에 탈세하고 돈을 은닉한다. 이런 나의 논조가 부자를 옹호한다는 비난을 듣는 것을 잘 알지만, 지금 우리에게 자본주의는 선택 사항이 아니다. 해방 이후 3년의 미군정을 겪으면서 운명적으로 찾아온 속지(屬地)주의의 산물이었다.
그리고 자본주의가 공산주의보다는 우월한 선택임도 사실이다. 거창한 이론이 필요 없이 모건의 집사가 그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사마천의 말처럼 큰 부자는 하늘이 내지만(大富在天), 작은 부자는 부지런함(小富在勤)에서 온다.
신복룡 / 전 건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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