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트럼프, 첫 TV토론 경제·외교·낙태·이민 전방위 격돌
해리스 “와튼 스쿨도 경제공약 비판” vs 트럼프 “마르크스주의자”
“세계 정상들, 트럼프 비웃어” vs “북중러, 나를 두려워했다”
해리스, 자기결정권 강조…트럼프 “이민자들, 개·고양이 먹어치워”
두 후보는 10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센터에서 열린 토론에서 악수를 나눈 뒤 모두발언 없이 곧바로 토론에 들어가 전방위적으로 격돌했다.
사회자가 한 첫 질문은 미국 유권자의 최대 관심사인 경제와 물가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을 중산층을 위한 “유일한 후보”로 내세우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가장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감세”라고 비판했다.
그는 최고의 경제학자들이 검토한 결과라며 “와튼 스쿨에서는 도널드 트럼프의 계획이 사실 재정적자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와튼 스쿨 출신임을 겨냥한 공격이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는 마르크스주의자”라며 “그녀의 부친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교수이며 그녀를 잘 가르쳤다”고 맞받아쳤다. 자메이카 출신인 해리스 부통령의 부친은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를 지냈다.
두 후보는 외교, 낙태권, 이민, 에너지 정책 등을 두고도 충돌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기 위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을 타결시키려고 쉬지 않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안보를 동시에 보장하는 ‘두 국가 해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녀는 이스라엘을 혐오한다”면서 “그녀가 대통령이 되면 이스라엘은 2년 내에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그는 독재자들을 존경하고, 취임 첫날 독재자가 되고 싶어한다”면서 ‘러브레터’라고 칭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친서들을 주고받은 사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런 독재자들과 전제군주들은 당신이 다시 대통령이 되기를 응원하고 있다”며 “그들이 아부와 호의로 당신을 조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이기기를 바라냐는 질문에 직답을 피하면서 “난 전쟁이 끝나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가 대통령이었다면 푸틴(러시아 대통령)은 지금 키이우(우크라이나의 수도)에 앉아 있을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를 “점심으로 먹어 치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낙태권에 대해 “지난 52년간 우리나라를 분열시킨 문제”라면서 연방대법원이 낙태를 헌법 권리로 보호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덕분에 모두가 원했던 대로 주(州)별로 낙태 허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대통령이 되면 낙태권을 연방정부 차원에서 보호하는 법안에 서명하겠다면서 “자기 몸에 관한 결정을 내릴 자유를 정부가 해서는 안된다”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몰아세웠다.
해리스 부통령은 의회가 추진했던 국경 강화 법안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대해 부결시킨 것을 언급하고서 “그는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문제에서 달아나는 것을 선호한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수백만명의 불법 입국을 허용했다면서 “그녀가 대통령이 되면 이 나라는 성공할 기회가 없을 뿐만 아니라 스테로이드를 맞은 베네수엘라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이민자들이 주민들의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주장까지 폈다.
이날 해리스 부통령은 정치 평론가들의 예상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평정심을 잃게 하려고 할 의도로 그의 신경을 건드릴만한 공격으로 ‘도발’을 이어갔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참는 듯하다가도 감정을 감추지 못한 채 언성을 높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것을 두고 사실관계를 파악할 능력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난 미국 부통령으로서 세계를 돌았는데 (내가 만난) 세계 정상들은 도널드 트럼프를 비웃고 있다. 난 군사 지도자들과 대화했고, 그들 일부는 당신과 일했는데 당신이 수치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자신에게 ‘중국, 북한, 러시아가 트럼프를 두려워했다’고 말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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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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