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반 성추행 사건 파문] 학부모들 최초 신고 때 검찰이 불기소 처분
당시 검찰 "증거 없다"며 묵살
미진한 초동수사가 피해 키워
경찰, 추가 피해자 제보 당부
사건 발생 당시 한 학부모가 자녀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파악하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검찰 측에서 물리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당시 수사 기관의 미온적 대응이 더 큰 피해를 초래했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첫 번째 피해자 A양의 학부모는 2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얼마 후에 피해 사실을 알고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이 학부모는 “지난 2017년 2월, 담당 수사관으로부터 ‘LA 카운티 검찰이 피의자가 모든 혐의를 부인했으며, (피해에 관한) 물리적 증거가 없기 때문에 기소할 수 없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다”며 “그 이후 사건 수사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A양의 학부모는 “피의자가 사건 발생 직후 변호사를 고용해 자신을 적극적으로 방어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경찰은 추가 피해자를 찾고 있다. 만약 첫 신고가 접수됐을 당시 수사가 면밀하게 진행됐다면 피의자에 대한 혐의를 좀 더 명확하게 밝혀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공분이 일고 있다.
또 다른 한 학부모는 “초기 신고 당시 피의자를 제대로 구금하고 기소하지 않아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우려가 학부모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본지는 LA 카운티 검찰에 이에 대해 질의했으나, 29일 오후 6시 현재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다른 피해자인 B양의 어머니는 “지금 사건을 맡은 담당 수사관은 피의자를 ‘상습범’이라고 표현했다”며 “피의자가 단순히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렌데일 경찰국은 지난 2015~2016년 사이 라크레센타 지역 초등학교 여학생 3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스테판 나다니엘 리스던(사진)을 지난 21일 체포했다.
리스던의 딸 역시 당시 이 학교에 재학중이었다. 이번 사건은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이 한 집에 모여 함께 자며 노는 것을 의미하는 ‘슬립오버(sleepover)’ 가운데 발생했다. 당시 리스던은 집에 놀러 온 딸의 친구들에게 ‘음란 행위(lewd act)’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추가 피해자 발생 가능성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경찰은 적극적인 제보를 당부하고 있다.
당시 초등학교에 자녀를 보냈던 학부모들은 용의자 리스던이 평소 동네에서도 평판이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B양의 어머니는 “아이들이 킨더 때부터 같은 학에 있었기 때문에 학부모들끼리 사적으로 만나지는 않아도, 인사는 자주 나눴다”며 “슬립오버를 보냈던 집의 엄마가 한인이었고, 아빠(리스던)는 신학 대학까지 졸업한 사람이라 신뢰했는데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참 어리석었고 딸을 쉽게 남의 집에 보낸 것이 후회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의 사춘기 증상이라고 생각했던 사소한 행동들이 당시 상처로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었을까 우려된다”며 “다행히 피해 학생들 모두 큰 문제 없이 잘 컸다”고 덧붙였다.
B양의 어머니는 또한 “경찰 쪽에선 다른 피해자들의 진술을 기다리고 있다”며 “한인사회 특성상 이런 이야기를 숨기는 경향이 있지만, 부모들이 부끄러워하지 말고 자녀들과 열린 대화를 자주 나누며, 필요하다면 주저 없이 상담 치료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은 모두 개인적인 이유로 라크레센타를 떠나 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수아·정윤재·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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