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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1968년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

박춘호

박춘호

자칫 맥이 빠질 수 있었던 2024 시카고 민주당 전국 전당대회(DNC)가 활력을 찾았다.  
 
이번 전당대회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할 예정인데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 후보 등이 해리스를 지지하는 연설을 할 계획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출마를 포기한 뒤 해리스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합주에서 막상막하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선거판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시카고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통해 해리스 부통령은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보려고 할 것이 분명하다. 이래저래 시카고가 전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일리노이 주와 시카고 시는 오래전부터 민주당 전당대회가 차질없이 치러질 수 있도록 준비를 해왔다. 애틀란타와 뉴욕 등 전당대회를 유치하고자 했던 경쟁 도시를 제칠 수 있었던 것은 민주당의 정강 정책을 효과적으로 시행하고 있고 호텔과 컨벤션 시설 등을 충분히 갖췄다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려도 존재했다. 지난 1968년 시카고 민주당 전국 전당대회가 반전 시위대와 경찰간 무력 충돌로 인해 엄청난 혼란속에 치러진 바가 있는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위대가 안전하게 행진할 수 있도록 유나이티드센터와 맥코믹 플레이스 행사장 주변에는 특정 공간을 지정해 놨다. 이에 일부 시위대가 시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이를 축소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연방 법원은 최근 판결을 통해 안전한 전당대회 진행을 위해서는 이러한 제한이 필요한 것이라며 시카고 시 입장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여전히 유혈 시위로 번질 수 있는 가능성은 존재한다. 특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으로 인해 시위가 악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에 1968년 시카고 전당대회 사례를 교훈 삼아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당시 상황을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와 사진, 신문 기사 등을 종합하면 1968년 8월말 시카고는 반전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여러차례 있었다. 전당대회가 열리기 직전 주말이었던 25일 일요일에는 링컨파크에서 이미 충돌이 있었다. 이날 시위에서 경찰이 오후 11시 공원 폐장 시간 이후 진압에 돌입하며 일종의 사전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약 2000명의 시위대 중 일부는 경찰의 진압에 반발해 대응했고 일부는 피를 흘리는 부상을 입은 것이다. 이날 충돌이 이후 발생하는 혼돈의 시발점이었다는 것이 당시 참가자들의 증언이다.  
 
전당대회의 하일라이트인 후보자 수락 연설이 있었던 28일 수요일에는 시위대 진압에 나선 주방위군이 차량에 타고 있던 시민들에게 총을 겨누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현재 아이다 웰스 드라이브라고 불리는 당시 콩그레스 파크웨이에서 발생했는데 총격이 발포되기 일보 직전까지 가면서 사태가 점차 악화되고 있었다.  
 
결국 이날 오후 미시간길의 공원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9명의 시위대와 2명의 경찰이 부상을 입었는데 한 시위대가 그랜트파크 공원의 깃대에 결린 성조기를 내리면서 촉발됐다. 이에 최루가스가 발사됐고 시위대는 공원의 벤치를 쌓아 바리케이드를 친 뒤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당시 공원내 공연장은 시위가 허용된 유일한 공간이었고 몰려든 시위대로 인해 공간이 협소하자 시위대의 불만도 늘어났다. 전당대회는 그랜트파크에서 남쪽으로 6마일 떨어진 시카고 인터내셔널 앰피시어터에서 열렸다. 이 곳은 1999년 철거돼 현재는 남아 있지 않다.  
 
대규모 유혈사태는 28일 저녁에 발생했다. 민주당 본부로 사용되던 콘래드 힐튼 호텔(현재 미시간 힐튼호텔)앞에 대규모 시위대가 몰려든 것이다. 오후 8시쯤 약 5000명의 시위대는 미시간과 발보길에 몰렸고 경찰은 차량을 진입시켜 시위대를 무차별적으로 해산시키고 체포한 뒤 구치소로 이동시켰다. 이 과정에서 경찰봉으로 시위대를 구타했고 최루가스가 사용됐다. 200명이 체포됐고 피를 흘리며 도망가는 시위대의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다음날 시카고 트리뷴은 이 곳을 ‘피가 낭자하는 전쟁터'로 묘사했다. 이후 이날의 충돌은 ‘미시간거리의 전투'로 불렸다. 이날의 충돌을 전국으로 생중계되기 시작했고 시위대는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유혈 시위 장면이 TV를 통해 전국으로 생중계되면서 미국의 시위 문화가 바뀌었고 영상 미디어의 힘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도 있었다.  
 
다음날 유명 코메디언이자 사회활동가인 딕 그레고리는 전당대회장으로 행진을 이끌었는데 이 장면은 ‘미국 혁명2’라는 이름으로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졌다. 시카고의 유명 영화평론가 로저 이버트는 이 작품을 ‘시카고 주민이라면 꼭 봐야 할 작품’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올해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는 세계의 이목이 몰리는 행사다. 전국의 민주당 대의원들만 운집할 뿐만 아니라 차기 대선 후보가 공식 확정되고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대선 공식 출정식을 여는 셈이다. 1968년의 사태를 교훈삼아 행사가 차질없이 마무리되어야 할 것이다.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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