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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판 불문율 깨졌다…한인 대신 비한인 지지

존 이 시의원, 곤잘레스 지지
한인사회 암묵적 약속 사라져
‘자질 우선 vs 표심 집결’ 찬반

선거에 출마한 한인 후보들간의 불문율이 깨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한인들의 각계 정치권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한인 간의 충돌은 피해야 한다는 암묵적 약속이 사실상 설 자리가 없어졌다.
 
가장 비근한 일례로 LA 한인타운이 포함된 가주 하원 54지구에서 LA시 존 이(John Lee) 시의원(12지구)이 3주 전 민주당 마크 곤잘레스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무소속인 이 시의원이 한인 존 이(John Yi) 후보 대신 이 후보 경쟁자인 곤잘레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 후보는 당내 지지기반이 비교적 취약했지만 예선에서 1만4947표를 얻어 득표율 34%를 기록하면서 45%를 얻은 곤잘레스 후보에게 위협적인 경쟁 상대로 자리 매김했다.
 
소속 정당은 달라도 한인 후보들이 더 많이 정치권에 진출하도록 하자는 공감대는 1990년대 김창준 전 연방하원의원을 필두로 1세들 중심의 선출직 진출이 이뤄지던 시절부터 당연시 되어왔다. 그러다가 2000년대 중반 어바인시를 중심으로 한인사회 정치력이 급부상하면서 더 공고해졌다. 당시 최석호, 강석희 등 주요 후보들은 당내의 압력에도 당파성을 이유로 한인 후보들과 맞선 후보들을 공개지지하거나 나서서 한인 후보를 깎아내리는 활동을 극도로 자제했다.
 
하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 한인 후보들의 경쟁 상대의 지지자 목록에서는 다른 한인 정객들의 이름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가주 상원 37지구에 도전하는 최석호 후보는 연방 하원에 출마한 데이브 민의 경쟁자인 스캇 보 후보 지지자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민 후보 역시 최 후보의 경쟁자인 조시 뉴먼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다만 공개적으로 지지 성명을 내지는 않았다.
 
한인들이 한인 후보의 경쟁자를 지지하는 상황은 LA시의회 10지구, 주 상원, 연방하원 등 다른 선거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한인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한인이기 때문에 반드시 한인을 지지해야 한다는 것은 억측이라는 주장도 있다.
 
LA시의 한인 관계자는 “소수계로서 한인 표심을 집결해 한인 정치인을 한명이라도 더 배출해야 한다는 논리에는 공감하지만 ‘우리가 남이가’라는 논리에 함몰되면 위험한 측면도 있다”면서 “한인이지만 공복(public servant)으로서의 능력과 자질이 부족하다면 타후보를 지지해야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나”고 말했다.
 
이에 반해 공개적으로 한인과 경쟁하는 후보들을 지지하는 것은 한인 사회의 분열을 야기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인사회 정치력 신장 활동에 참여해온 한 원로는 “진영 논리만큼이나 커뮤니티 자체 정치력 확대는 모든 소수계가 숙제로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요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이런 일들이 잦아지면 한인 후보들의 경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찬반 의견을 떠나 정치권의 전면에 2세들이 나서면서 한인 표심의 결속력은 사실상 계속 저하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가속화하면 커뮤니티 색채는 더욱 옅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강석희 전 어바인 시장은 “이런 상황을 조정할 수 있는 리더들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아 아쉽다”며 “한편으로는 2세들 중심으로 선거가 치러지고 있어 1세들이 소중히 여겼던 단결력을 강조하기엔 역부족일 수 있는 점도 이해해야 할 부분이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최인성 기자 ic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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