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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패스트푸드 체인의 소비자 기만

서재선 경제부 기자

서재선 경제부 기자

패스트푸드는 서민들이 많이 찾는 음식이다. 왜? 가격이 저렴해서다. 맛이나 짧은 대기 시간 등의 장점도 있지만  패스트푸드 업체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저렴한 가격’이다. 고급 수제버거와 맥도날드의 치즈버거 가격이 동일하다고 가정해 보자. 대부분의 소비자는 맥도날드 대신 영양 균형과 맛, 재료의 질 등이 월등히 앞서는 수제버거를 선택할 것이다. 즉, 가격이 저렴하지 않으면 굳이 패스트푸드 업체를 찾을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인플레이션이 시작되면서 패스트푸드 체인들도 경쟁적으로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 재료비와 인건비 상승 등을 가격 인상의 이유로 내세웠다. 그 결과 10년 전 5.49달러였던 맥도날드의 쿼터 파운드 치즈 버거 콤보의 현재 가격은 11.99달러나 된다. 치폴레도 지난 4월 6~7%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그런가 하면 웬디스는 2월 ‘탄력 가격제’ 적용 계획을 발표했다가 부정적인 여론이 일자 철회하는 일도 있었다.  
 
가격을 올리면 고객은 감소할 것이라는 경고도 있었지만 대형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대신 “품질과 서비스 개선을 위해 인상이 필요하다”는 공허한 이유만 내세울 뿐이었다. 고객의 브랜드 충성도가 영원할 것이란 오만함에서 비롯된 행태였다. 다시 말하면 가격을 어떻게 책정해도 고객은 찾아올 것이라는 자만심에서 비롯된 인상 조치라고 볼 수 있다.  
 
가격을 인상하지 않은 업체들은 양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제품의 양을 축소하는 업체들이 늘면서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슈링크플레이션의 대표적인 사례가 치폴레다. 이 업체는 가격을 올리지 않는 대신 음식을 덜어냈다. 리드(뚜껑)로 꾹꾹 눌러 담아야 할 정도로 인심 좋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졌다. 볼 메뉴를 주문하면 밥의 양을 늘려 닭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등 재료비가 많이 드는 육류를 덜어내는 눈속임을 쓰기도 했다. 그것도 아니면 아예 대놓고 총량을 줄였다.
 
이런 상황이 되자 소비자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그것도 패스트푸드 업계의 핵심 소비층인 서민들 중심으로 말이다. 소비자들은 패스트푸드 체인에 등을 돌렸고 당연히 업체들의 매출은 떨어졌다. 동시에 브랜드 이미지도 하락했다.  
 
결국 업체들이 손을 들었다. 매출 회복을 위해 ‘저렴한 가격대’의 메뉴를 다시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저가 메뉴가 가능하다는 사실은 처음부터 가격 인상을 하지 않아도 됐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고물가 흐름에 편승해 추가 이익을 얻으려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저가 메뉴는 지난 4월 버거킹과 KFC가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어 5월엔 웬디스, 6월 말에는 맥도날드 등이 뒤를 이었다. 맥도날드의 경우 5달러로 치킨 샌드위치, 치킨너깃, 음료 등을 즐길 수 있는 메뉴를 내놓았다. 이는 고물가 시대에 찾아보기 힘든 가격대로 소비자에게 항복 선언을 한 셈이다. 지난달에는 아이홉과 데니스도 저가 메뉴 대열에 합류했다.  
 
맥도날드는 한 달간 진행하려던 이벤트를 8월까지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다른 대형 업체들도 저가 메뉴를 유지하는 추세다. 결국 고객의 발길이 끊기고 매출이 감소하자 ‘저가 공세’로 반전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저가 메뉴의 영향이 반영된 2분기 실적을 보면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대체로 선방했다. 저가 메뉴가 매출 확대에 도움이 된다면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주요 고객층인 서민들의 브랜드로 회귀하는 게 업체와 소비자 모두가 ‘윈윈’하는 길일 것이다. 그 시작은 합당한 가격 책정이다.  소매 업체는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가격대여야만 생존이 가능하다.

서재선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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