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생모에 버림받은 입양아, 역경 딛고 성공해 美 엘리트층 위선을 꼬집다
친부모와 양부모에 버림받고, 위탁가정 10곳 전전
술·마약·범죄 저지르던 문제아의 인생을 바꾼 軍복무
“가족 개념 파괴·마약 합법·경찰 축소 주장은 위선”
'사치스러운 이상'이 실현되면 피해자는 서민계층
이 저자는 소위 ‘흙수저’ 중에서도 흙수저로 태어나 여러 방황기를 거친 뒤 명문대학교를 졸업하는 ‘성공’을 이뤄낸 인물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엘리트층과 일반시민, 나아가 서민들 사이의 괴리감이 극심하다는 것을 깨닫고,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글을 쓰게 됐다. 일각에서는 그의 책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의 부통령 러닝메이트인 J.D. 밴스가 쓴 ‘힐빌리의 노래’와 비교하기도 한다.
저자의 이름은 로버트 김 헨더슨(Robert Kim Henderson)이다. ‘김?’이라는 질문에서 시작, 미국 주류 언론의 관심을 받는 그의 책 내용과 그의 삶이 궁금해졌다. 그는 미국에 거주하던 한국인 어머니와 멕시코 출신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였다. 그는 어떤 삶을 살았던 것이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어 현재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일까?
세 개의 이름, 그를 버린 세 부모
로버트라는 이름은 그의 생부(生父)의 이름을 따온 것이며 그는 아이가 태어난 직후 어머니와 아들을 버리고 떠났다고 한다. 로버트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고 했다.
‘김’이라는 이름은 대학교를 자퇴한 한국인 생모의 성(姓) 김에서 따오게 됐다고 한다. 로버트는 그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두 가지밖에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기억은 세 살 때쯤의 일이라고 한다. 그는 어머니의 무르팍을 껴안고 어머니의 뱃속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고 했다. 숨을 쉴 수 없어 고개를 들자 두 경찰관이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고 한다. 어머니를 잃게 될 것 같아 꼭 붙잡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다음 기억은 어머니의 옆 의자에 앉아 초콜릿 우유를 마시는 장면이었다. 재채기를 하는 바람에 우유를 땅에 흘렸으나 어머니는 닦아주지 못했다고 한다. 수갑을 차고 있었기 때문이란다. 어머니는 마약 중독자였다.
로버트는 이후 4~5년간 약 10곳의 위탁 가정 등을 전전한 뒤 헨더슨이라는 이름의 가족에 입양됐다. 하지만 입양된 가족의 부모 사이에 불화가 생겼고 아버지는 어머니에 대한 복수를 위해서인지 로버트를 아들처럼 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로버트는 그의 이름을 따온 세 명의 부모 모두에게 버림을 받는 삶을 살게 된다.
문제아에서 軍복무, 그리고 예일
로버트 헨더슨은 4세 때부터 맥주를 접하기 시작했고 10세 때부터는 마리화나를 피우게 됐다고 했다. 12세 때에는 더 심한 마약으로 분류되는 메스암페타민을 접하게 됐다고도 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서평 기사에 따르면 그는 소년 시절 친구들과 마약에 취하고 음주운전을 수시로 했으며 싸움에 휘말리는 등 문제아의 길을 걸었다.
그런 로버트는 친구 한 명이 술에 취해 강아지를 절벽 밑으로 차버리는 것을 목격하고는 17세에 공군에 입대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8년간의 복무 기간 중 대부분을 유럽과 중동에 파병을 나갔었다. 공군에 입대하기로 했던 결정이 그의 인생을 바꿨고 전역 후 그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교인 예일대에 입학했다. 그는 예일대에서 심리학 학사 학위를 받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 등을 통해 대학 시절 소위 하층민 사회와 엘리트층 사이의 격차에 대한 괴리감을 느끼게 됐다고 했다. “다른 세상을 경험해보기 전에는 내가 있는 사회가 어떤 곳인지 알 수 없는 것처럼 나는 예일대 학생이 되고 나서야 현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예일대 재학생의 경우는 미국 내 경제소득 상위 1% 학생 비율이 하위 60%보다 많다며 계층 격차와 신분의 대물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WSJ 기고문을 통해 밝혔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그가 이름을 붙여 유명해지게 된 표현인 ‘사치스러운 이상(理想·luxury beliefs)’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 표현을 “상류층에 도움을 주지만 하류층에는 더 많은 피해를 끼치는 생각과 이념들”이라고 정의했다. 무슨 뜻일까?
엘리트층의 위선
그는 예일대 재학 당시 한 여성 친구가 “일부일처제는 구식(舊式) 사고방식이며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고 했다. 로버트는 이 친구에게 그가 어떤 가정에서 자라왔는지, 본인 자신은 결혼은 하고 싶은지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이 친구는 자신이 평범한 부모가 키운 가정에서 자랐으며 일부일처제 형식의 결혼을 선호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다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을 깨달은 듯 “전통적인 가족이라는 개념은 구식이며 사회는 이를 뛰어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로버트는 이런 경험을 여러 차례 접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친구들로부터 군 복무를 하는 것을 동경하고 2년제 대학교를 다니는 것이 4년제를 다니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며, 대학이라는 것 자체가 ‘성공’과는 상관없다는 주장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로버트가 이들에게 ‘자녀들이 대학을 가는 대신 배관공이나 전기 기술자가 되는 것을 바라느냐’고 물으면 모두 대화 주제를 바꾸거나 답하기를 머뭇거렸다는 것이다.
그가 고안해 낸 ‘사치스러운 이상’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지도 설명했다. 그는 일반인들이 이른바 명품(名品), 혹은 사치품으로 번역되는 ‘luxury goods’를 구매하기 더 쉬워진 사회가 됐다고 했다. 이런 이유에서 엘리트층은 그들을 일반계층과 차별화하는 개념을 만들어내야 했는데 이를 물건이 아니라 그들이 가진 생각으로 구분하려 하게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로버트는 이런 엘리트층이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어휘를 사용하고 경찰을 없앤다거나 마약을 합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정책이 도입될 경우 실제 피해를 경험하게 되는 사람들은 서민 계층이라고 했다.
로버트는 “내가 청소년일 때 마약이 합법이었다면 아무도 지금의 내 글을 읽을 수 없을 것”이라며 “나는 (마약 중독자이던) 생모에 대한 어떤 기억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엘리트층의 학생들은 장난삼아 마약에 손을 대도 다시 정상 궤도로 돌아와 멀쩡한 삶을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집에 부모가 없거나 불우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마약에 빠져 자멸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실제로 2019년 카토 연구소에서 진행한 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4년제 이상의 학력을 가진 미국인의 60% 이상이 마약을 합법화하는 것에 찬성했지만 최종학력이 고졸인 사람들은 50% 가까이 이에 반대했다고 한다. 로버트는 “마약이 부자들에게는 유흥일지 모르겠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더 많은 고통을 줄 뿐”이라고 했다.
‘위탁 아동으로 자란 나는 왜 보수가 됐는가’
경찰에 대한 예산 삭감 등에 대한 문제에서도 엘리트층과 일반시민 사이의 괴리감을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여론조사기관 유거브(YouGov)에 따르면, 오히려 서민층이 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경향을 보였다. 서민일수록 절도와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였다. 로버트는 “경찰 권력을 축소하자는 주장은 부유한 사람들로부터 나오고 있다”며 “이들은 범죄 실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가 어린 시절 방황할 때 함께했던 친구 중 두 명은 교도소에 가 있으며 한 명은 총에 맞아 숨졌다고 했다.
그는 부모 중 한 명이 아이를 키워도 된다는 문화, 마약 등 물질을 사람들이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화를 지향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나아가 이런 현상을 정상적인 것처럼 비추는 사회는 더더욱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최근 뉴욕타임스에 ‘위탁 아동으로 자란 나는 왜 보수가 됐는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썼다. 그는 “청소년 시기 양어머니와 그의 동거녀가 부모 역할을 했기 때문에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내 미래를 내가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꿈을 가질 수 있었다”고 했다. “부모와 가족이라는 개념을 지켜나가고 정부 및 교육 기관이 아이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또 다른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는 “위탁 가정에서 자란 소년 중 60%가 감옥에 가며, 3%만이 대학을 졸업한다”며 “나의 이야기는 내가 어떻게 3%가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했다.
김영남 기자 [kim.youngnam@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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