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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이야기] ‘K 브랜드’도 정체성 필요하다

K-팝·K-드라마에서 K-방산까지 확산
특정 국 콘텐츠 통합 표현 유례 없어
전체 아우를 개념 있어야 지속 가능

 
박충환 전 USC 석좌교수

박충환 전 USC 석좌교수

필자의 기억으로는 지금까지 ‘K’처럼 영어 알파벳으로 특정 국가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합해 표현하고 이해하는 사례는 없었다. 1990년 후반부터 한국의 아이돌 음악, 2000년대 들어서는 감성을 자극하는 한국 드라마가 해외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로 인해 K-팝과 K-드라마 같은 용어들이 등장해 세계인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다. 이제는 K-뷰티, K-푸드, K-패션 등의 용어들도 세계 소비재 시장에서 통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K-방산, K-조선 같은 용어들도 산업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K’ 현상의 추세에 맞춰 한국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우수 중소기업들을 위해 ‘K’ 브랜드를 개발했다. 독자적인 브랜드 파워가 약해 저평가 되고 있는 우수 중소·벤처기업 제품들을 발굴  ‘K’ 브랜드 로고를 사용해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목적이다.  
 
‘K 현상’이 세계인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지만 관심이 식을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어떤 요인들이 ‘K 현상’의 지속에 걸림돌이 될까?  
 
첫째, ‘K’ 라는 용어의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이는 K-팝, K-드라마, K-푸드, 그리고 K-패션을 아우를 수 있는 상위 개념의 부재 때문이다. 그렇다면 상위 개념은 왜 필요한가?  베토벤의 9개 교향곡을 예로 들어보자. 이는 9개 교향곡을 하나하나 들으면서 그의 음악을 이해하는 방법과 상위 개념이라 할 수 있는 그의 음악 세계와 철학을 먼저 알고 교향곡을 듣는 방법의 차이와 같다. 아마 후자 쪽이 이해와 감동의 깊이가 훨씬 클 것이다.      
 
둘째, 애매한 브랜드 소유권과 사용 조건의 느슨함이다. 유감스럽게도 누가 브랜드 ‘K’의 소유자인지 분명하지 않다. 여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러다 보니 ‘K’의 정체성을 누가 정하며, 누가 브랜드 ‘K’를 사용,관리할 수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브랜드 ‘K’의 홍보와 광고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 사용 책임을 질 주체도 모호하다. 또한 누가 ‘K’를 어떤 형태로 쓰도록 허락하는지도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인증으로 쓰이는 ‘K’ 브랜드 로고, 제품 브랜드 이름(예: 비비고 만두)과 회사 이름 (예: CJ)의 조합은 여러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어 일관성의 원칙을 지키며 관리할 필요가 있다.  
 
셋째, 중소기업벤처 기업부에서 추진하는 브랜드 ‘K’ 인증은 실행 면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브랜드 ‘K’가 세계 소비자의 사랑을 받으려면 설득력 있는 브랜드 정체성과 품질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K’ 인증은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 필자는 아직 ‘K’가 품질 인증으로까지 사용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견해다.      
 
그러면 어떻게 브랜드 ‘K’ 현상을 지속,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인가? 가장 시급한 문제는 정체성 확립이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K’는 두 가지 형태의 시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하나는 ‘K-방산’, ‘K-조선’ 등 산업 분야이고, 다른 하나는 K-팝, K-드라마, K-푸드, K-뷰티 등 소비재 분야다. 그러므로 이 두 가지 시장에서 ‘K’의 정체성을 다르게 확립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고객과 제품의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산업 분야에서 한국제품의 경쟁력은 탁월한 가성비, 조기 납품 능력, 그리고 기술 제휴와 공동생산 등을 포함한 제반 서비스의 유연성 등을 들 수 있다. 한마디로 극대화된 가치 제고다. 이에 필자는 산업 분야에서 ‘K’의 상위개념 정체성을 ‘불가능을 가능으로’라고 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예를 들어 현재 한국이 생산하는 KF21 초음속 전투기, K9 자주포,  K2 흑표전차 등의 가공할 위력은 세계 방산업계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상위 개념은 방산 시장에서 ‘K’의 정체성을 정확히 대변하며, 수입국들이 꿈꾸는 비전이 될 수도 있다.
 
소비재 분야에서 한국제품이나 서비스는 세계인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그것이 경쟁력이다. 따라서 필자는 K 소비재 분야의 상위개념으로 ‘한국적 풍요가 있는 라이프스타일(lifestyle)’을 제안하고 싶다.  
 
‘K-라이프스타일’은  ▶건강식이면서도 매혹적인 맛을 지난 음식(K-푸드), ▶탁월한 피부 보호 효과를 통한 한국적 멋(K-뷰티), ▶마음을 사로잡으며 감동적인 한국형 엔터테인먼트(K-팝,K-드라마 등)를 추구하는 생활방식이다. 한마디로‘한국적 풍요가 있는 생활’이라는 상위개념에 세계인도 쉽게 공감할 것이다.
 
‘K’ 정체성의 수립과 동시에 중요한 과제는 이를 어떻게 홍보하느냐다.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높은 홍보 방법이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다. 산업재와 소비재 시장에서 ‘K’의 정체성을 기억에 남는 감동적인 이야깃거리로 만들어 소개하는 것이다.  
 
스토리텔링의 효과는 백세주, 다시다, 하이트 맥주 등 제품의 성공에서 잘 나타난다. 백 세까지 살게 된다는 백세주 이야기, 난공불락이던 미원을 맥없이 무너뜨린 다시다의 ‘고향의 맛’ 이야기, 그리고 독점적이던 OB맥주 왕국을 이긴 하이트 맥주의 ‘지하 150미터 천연 암반수’ 이야기 등이 좋은 예들이다. 물론 이들의 성공에는 광고의 역활도 중요했지만 멋있고 감동적인 이야깃거리가 성공의 근간을 이루었다고 생각된다.
 
끝으로 산업재와 소비재 분야에서 ‘K’의 정체성과 홍보 및 광고 전략과 자금 확보, 그리고 브랜드의 운영 관리를 누가 책임지고 행하는가는 ‘K’현상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머리를 맞대고 조속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브랜드 ‘K’의 기회는 다시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충환 전 USC 석좌교수는 브랜드 관리 전략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USC 경영대학 브랜드 관리 센터장을 역임했다.

박충환 / 전 USC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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