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CA<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폐지되면…한인 6000명 다시 어두운 그늘 속으로
“다카 폐지되면 캐시잡으로 회귀 불가피”
“‘내 나라’로 여겼던 미국 떠나야 할 수도”
#. 서류미비자 박채원(24) 씨는 DACA 관련 뉴스를 일부러 덜 챙겨본다. 2011년 미국에 왔고, 기준이 안 맞아 DACA 신청을 못 한 그는 애초에 DACA 적용대상을 확대해 줄 것이란 희망은 갖지 않았다. 실제로 DACA 프로그램이 시행된 지 12년을 맞았지만, 이제는 신규신청 접수는 해도 승인은 중단돼 오히려 후퇴했다. 박 씨는 "매번 실망하고 속상할 따름"이라며 "예전엔 뉴스도 꼬박꼬박 챙겨봤는데, 정신적으로 좋은 영향을 주진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이민 이슈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드리머와 서류미비자 한인 청년들의 마음은 뉴스와 함께 요동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전 임기때도 DACA 폐지를 시도한 적이 있어 당사자들의 우려가 크다. 앞날을 장담하기 어려운 DACA 프로그램이 만일 폐지되면 6000여명의 한인 다카 수혜자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 노동허가증 갱신 못 하면 캐시잡으로 전락=DACA 수혜자들은 '일할 수 있는 자유'를 이 프로그램의 최대 장점으로 꼽는다. 재정적 문제만 해결한다면 서류미비자로서 공부하는 데는 큰 제약이 없지만, 합법적인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DACA 신분인 K씨(30)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하면 집권 1기 때처럼 DACA 폐지 카드를 꺼낼까봐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또다른 DACA 수혜자 P씨(36)는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과 불안한 마음을 자주 나누는데, 서둘러 군대에 가려 하거나 결혼으로 신분을 확보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차주범 민권센터 선임컨설턴트는 "만일 DACA 폐지까지 가는 극단적인 상황이 생기면 노동허가증(EAD)에 근거해 고용된 경우 앞이 깜깜해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강제적으로 청년들이 미국사회의 그늘로 향하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 가족들 뿔뿔이 흩어질 우려도=DACA 폐지시 예상되는 또다른 충격은 가족들의 생이별이다. 많은 DACA 수혜자들은 합법적으로 일할 권리를 잃으면 미국을 떠날 생각도 하고 있다. 이 경우, DACA 신분이 아닌 가족들과 기약없는 이별을 하게 될 수 있다. P씨는 "본인은 DACA 신분이라도, 미국에서 태어난 동생이나 자녀는 시민권자인 경우가 많다"며 "일을 할 수 없어 미국을 떠나면, 결국 가족과 만나지 못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민옹호단체 포워드닷유에스(Fwd.US)에 따르면 DACA 수혜자와 함께 사는 미국시민은 100만명으로, 이중 30만명 이상은 부모 중 한 명이 DACA 수혜자다.
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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