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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투자 기회를 놓친다는 두려움

조원희 / 경제부 기자

조원희 / 경제부 기자

2010년대에 등장해 꾸준히 회자되는 신조어가 있다. FOMO가 바로 그것이다. FOMO는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Fear of Missing Out)’의 줄임 말이다. 즉, 개인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이번 기회를 잡지 못하면 안 된다’는 조바심이 드는 상태를 의미한다.  
 
소셜미디어의 성공 원인을 FOMO에서 찾는 전문가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친구들이 특별한 장소에 가서 즐겁게 지내는 모습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보게 되면 두려움이 발동한다. 나만 재미있는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돈이 연관될 때 이런 조바심은 더 커진다. 하루에도 수십 개씩 보이는 할인 정보는 사람을 들뜨게 한다. 좋은 제품을 싸게 살 기회가 있다면 ‘무조건 사는 게 이득’이라는 생각에 계획하지 않았던 소비를 하게 된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나중에 후회할 것이라는 생각에 서둘러 구매 버튼을 누르게 된다. 사실은 아예 구매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을 수 있지만 조바심에 판단력이 흐려질 때가 많다.  
 
돈의 단위가 커지면 두려움도 커진다. 암호 화폐는 투자자의 두려움을 토대로 몸집을 키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트코인 광풍이 불던 시절 온라인상에서는 하루 만에 몇백만 달러를 벌었다는 이야기도 떠돌았다. 지금 기회를 놓치면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심리가 사람들을 지배했다. ‘벼락거지’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암호 화폐 규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정부가 부자가 될 수 있는 마지막 길을 막으려 한다’는 볼멘소리도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대거 주식시장에 진입한 젊은 투자자들에게서도 이런 심리가 많이 엿보였다. 대표적인 것이 밈 주식으로 불리는 게임스톱 사건이었다. 어디가 끝인지 모르고 올라가는 게임스톱의 주가를 보면서 수많은 개미가 몰렸다. 기저에는 FOMO가 있었던 것이 자명하다.  
 
최근에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인공지능(AI) 관련 주식들이 투자자의 두려움을 자극했다. 인류의 미래를 바꿔놓을 기술이라는 평가에 투자자들은 앞다퉈 관련 테크 기업들에 돈을 쏟아붓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주가가 몇 배나 폭등한 기업도 많았다. 자율주행, 메타버스, NFT와 같이 신기술이 나올 때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두려움은 여지없이 작동했다.  
 
대부분의 개인이 가장 큰돈을 지출하는 항목이자 투자 대상인 부동산에도 이러한 심리는 작용한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기 전 주택을 구매한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차이는 매우 크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서는 한 여성의 경험담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여성은 2017년 시애틀에 있는 주택을 구매했다. 당시 주택 가격은 그렇게 비싸지 않았고 모기지 이자율도 3%대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로부터 7년이 지난 2024년 현재 이 주택의 가격은 물론 이자율도 큰 폭으로 올랐다. 이 여성은 만약 본인이 사는 집을 지금 산다면 월 부담액은 지금의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지금 주택을 구매하려고 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택 가격과 이자율이 급등하기 전 주택을 구매하지 못한 사람들은 기회를 놓쳤다는 후회를 할 만하다. 물론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무리해서 집을 샀다가 후회하는 ‘구매자의 후회’도 있을 수 있다.  
 
한 번의 투자 성공으로 정말 인생역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경우 이런 대박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은 출처가 불분명한 ‘투자 성공담’을 듣게 되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 그 기회를 잡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에 좌절하기도 한다.  
 
현대사회에서 정확한 투자 판단을 하려면 진짜 필요한 것은 정보가 아니라 안정적인 심리상태일 수도 있다. FOMO에 지배당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조원희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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