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영상·폭력에 던져진 공포, 지금도 영향
중앙일보 참간 50주년
개봉 50주년 명작 시리즈
<5>텍사스 전기톱 학살
사실적 묘사·비명 극대화, 제작비 100배 흥행
베트남전 불안 배경, 자유 갈망·가족 붕괴 담아
토브 후퍼 감독의 ‘텍사스 전기톱 학살(The Texas Chain Saw Massacre·1974)’은 개봉 5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공포 영화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잔인한 폭력과 현실적인 묘사로 당시 관객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이 영화는 단순한 공포 영화가 아닌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담고 있다.
30만 달러의 적은 제작비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제작비의 100배에 가까운 흥행 실적을 냈다. 제작비가 부족한 만큼 전문 배우, 스태프, 촬영 소품 등 제작 환경이 호러 그 자체의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영화가 더욱더 사실적이고 불쾌하게 느껴진다는 평을 듣고 있다.
‘텍사스 전기톱 학살’은 잔인함에 초점을 맞춘 스플래터 장르와 긴장감과 스릴을 통해 공포를 조성하는 슬래셔 장르의 요소를 결합했다. 영화는 과장된 피와 잔인한 살해 묘사를 통해 스플래터 영화의 전형적인 특징을 따라가지만, 공격이 언제 일어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긴장감 넘치는 연출로 미지의 공포를 강조하며 관객들을 불안감 속으로 몰아넣는다.
이 영화는 음향을 잘 활용하기로도 유명하다. 감독은 잔인한 장면을 최대한 억제하고 공포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영화 음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특히, 살해의 장면을 직접 보여주는 대신 생존자의 비명을 포커싱해서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화면에 생생한 잔혹성을 드러내는 대신,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더욱 강렬한 공포와 숨 막히는 긴장감을 느끼도록 유도했다. 또한, 핸드헬드 카메라를 주로 사용하여 배우들의 연기를 더욱 자연스럽게 포착하고, 관객들이 마치 영화 속 현장에 직접 있는 것 같은 생생한 현실감까지 느낄 수 있다.
영화는 베트남 전쟁 이후 미국 사회의 불안과 혼란을 배경으로 한다. 레더 페이스는 이러한 불안의 상징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그의 잔인한 행위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드러낸다. 1970년 미국은 젊은 세대에게 베트남 전쟁 참전을 강요하며 애국심을 강조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이에 반발하며 자유를 갈망했다. 이는 신세대와 구세대 사이 대립으로 이어졌고, 대가족 중심의 가치관은 붕괴되고 핵가족화 시대가 도래했다.
영화 속 희생자들은 이러한 자유를 추구하는 젊은이들을 상징한다. 반면, 그들을 학살하는 식인 가족은 핵가족 중심으로 돌아간 전통 가치관을 고수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특히, 희생자 샐리를 죽이지 않고 산 채로 데려와 그랜파소여에게 살해의 실권을 넘기는 장면은 가부장적 권위와 전통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는 이러한 가부장제 시스템의 폐해도 명확하게 보여준다. 식인 가족 내부의 나이 순위에 따른 명확한 계급 질서는 가족의 붕괴와 갈등으로 이어진다. 또한, 더럽고 정신없는 집안을 통해 건강한 가족 기능을 상실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텍사스 전기톱 학살’은 개봉 이후 수많은 후속작과 리메이크 작품을 탄생시켰다. 영화는 물론이거니와 비디오 게임까지도 그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으로는 ‘13일의 금요일(Friday the 13th·1980)’, ‘에일리언(ALIEN·1979)’ 등이 있다. 그만큼 이 영화가 남긴 영향력이 강력하다는 뜻이다. 잔인하고 폭력적인 영화인 동시에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으로 공포 영화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다.
정하은 기자 chung.hae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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