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안테나] 높아진 경기 침체 가능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연간 실질 소비자 지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4%가 줄었고, 올해 2분기 역시 1.1%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추세는 고용 악화, 부채 상승, 연체율 증가 등에 따른 것으로 이는 구매력 감소와 저축률 하락, 소비자 지출 방식의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일자리 증가세가 둔화하고, 임금 상승률은 인플레이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근로자의 실질 소득 감소를 의미한다. 특히 특정 산업은 기술 발전과 소비자의 기호 변화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지고 고용 안정성이 저하되는 구조적인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노동 시장도 긱(gig) 이코노미와 파트타임 일자리가 대폭 늘어나는 등 큰 변화를 겪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일자리들은 전통적인 정규직에 비해 직업 안정성이 떨어지고 혜택도 미흡한 경우가 많아 종사자들의 재정적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가용 일자리와 이에 지원한 인력의 능력 불일치로 인한 실업 증가도 문제다. 결국 이런 불완전 고용 문제는 소비자 지출과 소비 심리를 더 위축시키게 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많은 지역에서 인플레이션이 임금 상승률을 앞지르면서 소비자 구매력이 감소했다. 기본적인 생활비 증가로 인해 많은 가정이 이전의 소비 수준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가계 예산에서 주거비, 의료비, 교육비 등 필수 지출 항목의 비중이 커지면서 제품 구매나 서비스 분야에 대한 지출 여력은 줄어들고 있다.
생활비는 느는 데 비해 임금 상승은 정체 현상을 보이면서 저축률도 감소하고 있다. 많은 소비자가 생활비 충당을 위해 저축을 줄이면서 재정적 여유도 사라지는 양상이다. 저축률의 감소는 경제적 불확실성에 직면한 소비자들의 소비 방식을 더욱 신중하게 만들고 있다.
반면 크레딧카드 부채를 포함한 소비자 부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현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크레딧카드에 의존하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월 페이먼트 부담이 커져 전체 소득 가운데 가처분 소득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채의 축적은 양날의 검과도 같다. 처음에는 지출 증가로 소비를 촉진하지만 결국은 부채 상환을 위해 지출을 줄이는 상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는 현재의 재정적 압박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향후 긴축으로 인한 지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경제적 압박감은 더 저렴한 제품을 대안으로 찾는 ‘트레이드 다운(trade down)’으로 소비자들을 이끌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식료품부터 소매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 대신 저렴한 가격의 제품이나 일반 브랜드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가계의 지출 억제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전체 지출 수준을 낮추고 마진이 높은 제품에 의존하는 비즈니스에는 타격을 주게 된다.
결론적으로 소비자 지출 약화는 경제와 개인 재정 상황, 소비 형태의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한 문제다. 고용 불확실성, 부채 증가, 연체율 증가, 노동시장 변화, 구매력 감소, 저축률 하락, 소비자 행동의 변화 등이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연방준비제도(Fed)가 너무 오랫동안 고금리를 유지하는 바람에 이런 문제들은 더 악화했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손성원 / 로욜라 매리마운트대 교수·SS이코노믹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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