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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 마당] 브루스 비치 파크의 역사

수필

6월 달력의 19일은 '해방의 날(Juneteenth Day)'이라고 적혀 있다. 이날은 1865년 6월 19일, 연방군 소속의 장군 고든 그레인저(Gordon Granger)가 텍사스주 갤버스턴에서 '흑인들의 노예 해방 기념일'을 선포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준틴스 데이'는 텍사스에서 시작하여 여러 지역에서 오랫동안 기념되어 왔으며, 2021년 6월 17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면서 연방 공휴일로 지정되었다. 이는 미국 역사와 문화에서 새로운 흐름의 중요성을 인정받은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태평양을 바라보는 남가주 바닷가의 3개 도시(맨해튼비치, 허모사비치, 레돈도비치)를 중심으로 주말에 발간되는 '더 비치 리포터(The Beach Reporter)'라는 지역 신문은 지난 2007년 맨해튼비치시에 있는 '브루스비치(Bruce's Beach)’ 공원에 대한 특집 기사를 보도한 적이 있다. 이 공원은 태평양 바다를 따라 길게 뻗어 있는 하이랜드(Highland)길에 있으며, 지난 100여 년 동안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겪은 마음속 고통과 슬픔이 담겨 있는 곳이다. 맨해튼비치는 부유한 도시로 주민의 90% 이상이 백인이다.  
 
공원에 얽힌 사연은 이렇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윌라와 찰스 브루스(Willa and Charles Bruce)는 1912년  헨리 윌라드(Henry Willard)라는 인물에게서 이곳의 집 한 채 지을 수 있는 땅과 주변 세 개 부지를 매입했다. 당시는 인종 차별로 인해 흑인이 해변 지역의 땅을 매입하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 윌라와 찰스는 매입한 부지에 공공 목욕탕과 식당을 만드는 등 해변 리조트를 만들었다.
 
그런데 1920년대에 로스앤젤레스의 인구가 증가하고 부동산 가치가 치솟으면서 이 지역 백인과 흑인 사이에 인종적 긴장감이 높아졌다. 당시 맨해튼비치의 개발업자였던 조지 H. 펙(1856-1940)은 흑인들이 브루스 리조트에 방문하는 것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이 브루스 리조트 주위에 많은 것을 이용하여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땅에 ‘무단 침입 금지’라는 표지판을 세웠다. 이로 인해 브루스 리조트를 방문하려면 펙이 소유한 부동산 주변을 돌아 반 마일 이상 걸어야 도착할 수 있었다.
 
결국 1920년대에 브루스 리조트는 백인우월단체인 ‘쿠 클럭스 클랜 (KKK단)’의 공격을 받아 폐허가 됐다. 그러자 시 당국은 1924년 이곳에 공원을 건설한다는 명목으로 도메인(eminent domain) 절차에 따라 브루스 가문의 땅을 빼앗았고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그 땅에서 쫓겨났다.
 
브루스의 유족 중 한 사람은 “이곳은 우리 가족이 백인들로부터 심한 괴로움을 받던 곳”이라고 떠올리며 시 의회와 주 정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마침내 브루스 가족의 끈질긴 노력으로 거의 80년이 지난 2007년에 시 정부는 이 비극을 인정하고 공원의 이름을 ‘브루스비치’로 바꿨다.  
 
2020년 5월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경찰국 소속 경관이 흑인인 조지 플로이드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무릎으로 목을 눌러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을 불러왔고 인종 차별에 대한 분노로 시작된 데모는 전국적으로 퍼졌다. 이 여파로 ‘브루스비치’에 관한 이야기도 인종 차별의 예로 다시 부각됐다. 맨해튼비치 시의회는 13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브루스비치 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
 
이어 2021년 4월 20일 LA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 그리고 2021년 6월 2일에는 캘리포니아 주 상원이 해당 부동산을 브루스 가문의 후손들에게  반환하는 법안을 승인했고, 개빈 뉴섬 주지사는 그해 9월 30일 법안에 서명했다.  
 
그 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는 2022년 6월 28일 브루스가의 증손자인 마커스와 데릭이 법정 상속인임을 확인하고 그들에게 토지를 반환했다.  
 
이 공원 아래 바닷가 길인 더 스트랜드(The Strand)에는 ‘브루스비치의 역사(The History of Bruce’s Beach)'를 설명한 커다란 안내판이 있다. 이 안내판에는 맨해튼비치 시가 100여년 전에 아프리카계 미국인들로부터 토지를 탈취했다는 것과 브루스 가족이 겪은 부당함 등을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안내판에는 또 이런 역사를 알리고 커뮤니티 내에서 포용과 존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문구들도 있다.  
 
그 후 브루스 가족은 2023년 1월 이 부지 (약 7000스퀘어피트)를 다시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에 2000만 달러에 매각했다. 지금도 이 공원에는 표지판이 그대로 세워져 있다.

이명렬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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