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 출신 전설의 셰프, 한인타운에서 마지막 혼 불태운다
<우마야 (Umaya)>
가이세키 장인 손에서 재탄생한 오마카세
53년 경력 셰프의 다채로운 일식 향연
입 안에서 녹는 최고급 스시와 사시미
전설적인 요리사 스기야마 나오 총괄
자갓 선정 2000년 최고 레스토랑 영예
“한인들에 사랑받는 게 마지막 도전”
올 때마다 새로운 오마카세 메뉴 대접
LA한인타운에서는 제대로 된 오마카세를 선보이는 곳이 많지 않다. 그리고 오마카세보다 더 고급으로 여겨지는 가이세키 요리를 제공하는 식당은 LA 전체를 둘러봐도 드물다. 하지만 한인타운에 그냥 단순한 코스요리가 아닌 일본 요리문화의 최정점이라고 불리는 가이세키 요리와 오마카세를 모두 제공하는 우마야가 있다. 올해로 요리 경력이 53년에 달하는 전설적인 셰프 스기야마 나오가 가이세키를 만든다. 69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주방을 지키고 있는 그는 한인타운에서 이름을 남기는 것이 셰프 인생 마지막 도전이라고 했다.
▶ 야구 소년, 셰프 되다
스기야마 셰프는 일본 오카야마 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야구를 했다. 지역에서는 제법 알아주는 야구선수로서 중학생 때까지는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부상으로 야구선수의 꿈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때 생각난 것이 요리였다.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을 불러 요리 해주는 것을 즐겼다. 야구선수가 될 수 없다면 조리사로 성공해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고향을 떠나 고베의 요릿집 막내부터 시작했다. 물론 쉽지 않고 고달픈 일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새로웠기에 하루에 16시간씩 일해도 힘든 줄 몰랐다. 일하는 중 아버지가 찾아와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권유하기도 했다. 마음이 약해질까 봐 도망을 쳐 다른 음식점에서 일했다. 그렇게 20년간 오사카와 도쿄에서 일하면서 경력을 쌓았다. 1981년에는 본인의 가게도 차리면서 명성을 얻게 됐다. 그리고 37살이 되던 1990년 친구의 권유로 도미했다. 자신의 솜씨가 세계에서 통하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 뉴욕에서의 성공
미국에 와서는 식당 마츠히사에서 일하게 됐다. 노부라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고 일식의 세계화를 이끌었다고 평가되는 셰프 마츠히사 노부유키의 식당이었다. 이제는 호텔까지 운영하는 세계 최고의 일식 셰프 노부가 미국에 처음 진출했을 때를 함께했다. 하지만 정통일식보다는 퓨전으로 변해가는 방향이 맞지 않아서 3년 만에 그만뒀다. 그 뒤에는 뉴욕으로 향해서 5성 호텔인 르 파크 메리디앙 호텔에서 일식 부문 조리장을 맡았다.
1999년 미국에 온지 9년째 본인의 이름을 딴 이자카야 ‘스기야마’를 뉴욕에서 열었다. 스기야마는 미국에서 드물게 정통 가이세키 요리를 선보이면서 바로 입소문을 탔다. 미국에서 가장 큰 레스토랑 리뷰업체 중 하나인 자갓(Zagat)에서 선정한 2000년 최고의 레스토랑 4위에 올랐다. 뉴욕 타임스의 레스토랑 리뷰어 루스 레이클은 “단 몇 시간 동안이라도 지구 반대편으로 떠나 우주를 가로지르는 꿈의 항해”라는 평과 함께 별 3개를 주며 극찬했다. 포브스, 배니티 페어, 뉴욕 매거진, 트래블 앤 레저 등에도 소개되면서 전 세계 식문화의 격전지라는 뉴욕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 우마야에 자리 잡기까지
황 사장은 “스기야마 셰프가 보여준 가이세키는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높은 수준이었다”며 “우마야의 성공을 위해서 반드시 모셔와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 날부터 황사장은 스기야마 셰프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70에 가까운 나이인지라 마지막으로 일하는 가게를 신중히 고르고 싶다는 그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스기야마 셰프의 가족까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등 무려 6개월이 걸려 설득에 성공했다. 평생을 가이세키 요리에 매달리던 정통 요리인은 이제 한인타운의 한가운데서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 눈이 즐거운 가이세키
▶ 손님을 대하는 정성
한참 식사를 하는 도중 스기야마 셰프가 손님마다 이름을 물어왔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공책에 적어 내려간다. 손님에게 1년 안에는 절대로 같은 음식을 선보이지 않는다는 본인의 철칙이 있기에 지금까지 만났던 모든 손님의 이름과 함께 어떤 음식을 대접했는지 기록한다. 40권이 넘어가는 이 공책들이 그에게는 보물이다.
젓가락질하는 손님을 유심히 보더니 간장 그릇을 왼쪽으로 옮겨준다. 왼손잡이 손님이 회에 간장을 찍을 때 불편할까봐 라고 말한다. 이런 섬세함은 어디서 오는 거냐고 묻자 스기야마 셰프는 손님을 어떻게 하면 만족하게 할까에 대해서 매일 연구하는 태도라고 말했다. 그는 손님에 따라서 맛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등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다. 재료, 요리 기술, 예술적 감각, 섬세함, 정성이 합쳐져 가이세키 요리를 만든다.
▶ 우마야는 마지막 가게
온라인에서 스기야마 나오 셰프를 검색하면 많은 기사를 볼 수 있다. 화려한 경력 덕에 수많은 매체에 소개됐다. 하지만 평소 셰프는 음식으로 말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기에 본인이 직접 인터뷰를 한 기사는 찾기 어렵다.
이런 그가 이례적으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한 이유는 우마야가 마지막 가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올해 70세가 되는 그는 우마야에서의 활동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생각하고 있다. 지금도 뉴욕에서 가이세키를 먹으러 와주는 고객들이 있어 은퇴를 미루고 싶지만, 마지막이 다가옴을 실감하고 있다.
그가 50년이 넘는 요리 인생의 마지막 목표로 삼은 것이 한인의 사랑을 받는 것이다. 미국에서 활동하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일식을 좋아하는 한인 손님들이 항상 찾아줬기에 그에는 한인사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한인타운의 한가운데서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한인 중에는 일본요리에 대한 이해가 높은 분들이 많아서 가이세키의 가치 또한 알아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재료를 사용한 음식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주소: 3322 Wilshire Blvd #100, LA
▶웹사이트: umayala.com
▶문의: (323)997-4349
가이세키 요리는 -
사진=김상진 기자, 글=조원희 기자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