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가상 세계에선 방치되는 청소년들
사회심리학자이자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 교수인 하이트가 저서 ‘불안한 세대 (The Anxious Generation)’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이 책은 최근 연구 결과와 통계들을 토대로 스마트폰, SNS가 10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하이트는 책에서 “우리는 현실 세계가 위험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부모의 감독 없이는 아이들이 탐험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며 “하지만 아이들의 나이에 맞는 가드레일을 온라인에 설계하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 번거롭게 느껴져 아이들을 가상 세계의 황무지에 자유롭게 내버려 두었다”고 말했다. 이는 스마트폰과 SNS가 아이들에게 끼치는 악영향을 간과하는 부모들의 안일함을 꼬집은 것이다.
2007년 아이폰의 등장과 2009년 소셜미디어(SNS)의 활성화는 큰 변혁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SNS의 ‘좋아요’와 ‘공유기능’은 SNS의 파급력을 극대화했다. 이어 2012년에는 인스타그램이, 2016에는 틱톡이 등장하면서 또 한 번의 변혁이 찾아왔다. 비슷한 시점인 2010~2015년부터 미국 청소년의 생활은 대부분 휴대폰 중심으로 바뀌었다
여론조사 기관 ‘퓨 리서치’에 따르면 2011년에는 10대 중 23%가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때만 해도 SNS에 대한 액세스가 제한되어 가족용 컴퓨터를 사용해야만 했다. 그런데 2016년의 한 조사에 따르면 10대의 79%가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있으며 8~12세 어린이의 28%도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들은 하루 평균 거의 7시간을 스마트폰 화면에서 보낸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불안한 세대’의 저자 하이트는 “친구나 가족과 함께 놀고, 이야기하고, 만지고, 눈을 맞추는 데 보내는 시간이 훨씬 줄어들었다”며 “그들은 성공적인 인간으로의 발달에 필수적인 ‘구현된 사회적 행동’을 갖추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정신 건강 위기의 징후도 빠르게 나타났다. 2010년부터 2024년 사이에 10대들의 주요 우울증은 여성이 145%, 남성이 161% 급증했다. 불안과 관련된 장애도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간다면 암울한 미래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비벡 머시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 겸 의무총감은 SNS가 아이들의 자기 파괴적 행동을 부추기고 중독을 초래한다는 공중보건 권고문을 발표한 바 있다.
청소년의 스마트폰과 SNS 제재에는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하나의 현상이 사회문화가 되면 흐름에 저항하거나 돌이키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개인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며 집단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학교와 학부모들은 스마트폰 금지 정책을 만들고, 사회적으로는 아이들의 휴대폰 소지 여부에 대한 당위성 문제를 합의해야 한다.
또 기술적으로는 성인 인증 방법을 강화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기업들이 미성년자를 성인과 다른 기준으로 다루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최근 LA통합교육구(LAUSD)는 학교 내 휴대폰 사용 금지 규정을 발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아이의 안전을 우려해 반대하는 학부모가 있긴 했지만 대다수 부모가 찬성하며 지지하는 모습이었다.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지하기 위해선 부모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가 휴대폰이 없으면 학교에서 놀림을 받을까 봐, 혹은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휴대폰을 사준다고 한다.
자녀들의 성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가 부모의 행동이다. 아이들에게 올바른 것을 교육하는 것은 부모의 책임이다. 부모는 현실 세계에서는 아이들에게 건강한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무분별한 가상세계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
장수아 / 사회부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