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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살인 미제, 32년만에 용의자 찾았다

고보임씨 피살 사건 미스터리

가디나 체크캐싱 업주 고씨
현금 인출 후 실종·피살돼
현장 채취 지문 재검색으로
원동호씨 특정했지만 사망
원한·치정 무게두고 수사

1992년 3월 30일자 본지 1면. 고씨 피살사건을 대서특필했다.  [중앙포토]

1992년 3월 30일자 본지 1면. 고씨 피살사건을 대서특필했다. [중앙포토]

1992년 3월 남가주 한인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고보임(당시 56세)씨 피살 사건이 32년 만에 돌파구를 찾았다.〈관계기사 3면〉  
 
샌디에이고카운티 검찰청(SDCDA)은 최근 지문감식 기술의 발전으로 당시 현장에서 채취한 지문을 재검색한 결과 유력 용의자로 한인 남성 원동호씨를 지목했다고 밝혔다. 검찰청은 32년간 미제로 남아 있던 이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면서 진범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1992년 3월26일 가디나 지역에서 도넛 가게와 첵 캐싱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던 고씨는 이날 오전 9시30분쯤 세리토스 지역 아테시아 불러바드 선상 퍼스트 글로벌 뱅크에서 현금을 찾아 나선 뒤 그녀가 몰던 1978년형 올스모빌 차량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실종 이틀만인 28일 고씨는 가디나에서 120마일가량 떨어진 샌디에이고 쇼핑몰 주차장에 주차된 올스모빌 차량 안에서 머리에 3발의 총격을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고씨는 손발이 묶여 조수석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상반신은 조수석 시트에 기대고 머리는 조수석 아래쪽으로 숙인 상태였다. 시신 위는 한인 신문으로 덮여있었다. 충격적인 이 사건은 당시 LA와 샌디에이고 한인사회와 더불어 주류사회까지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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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들은 당시로서는 거액인 10만 달러의 현상금을 검고 범인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단서 하나 제대로 발견되지 않은 채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었다.
 
그후 세간에 잊혀졌던 사건은 최근 과학수사기법으로 다시 빛을 보게됐다. 검찰은 사건 당시 고씨 시신이 발견된 차량 안에서 채취한 지문과 일치하는 용의자로 원씨를 찾아냈다. 또 현장에서 발견된 25구경 탄환은 당시 원씨가 소지하고 있던 ‘선댄스 A-25’ 소형 권총에 사용되는 탄환인 점도 그가 범인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과학수사기법으로 32년 전 미제 사건의 용의자를 특정하긴 했지만 안타깝게도 수사는 더 진전하지 못하고 있다. 원씨가 2003년 미시간주에서 질병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원씨의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근거중 하나로 당시 사건 동기가 금품을 노린 강도가 아니라는 점을 새롭게 공개했다.
 
사건 당시에는 금품을 노린 범행으로 히스패닉 강도 3인조가 용의자로 지목되기도 했다. 하지만 샌디에이고검찰청은 경찰 수사보고서를 인용해 “고씨의 몸(양말 안 9815달러)과 차량 트렁크와 지갑에 있던 4만1519달러까지 현금 총 5만1334달러가 차에서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고 전했다.
 
검찰은 새로 취합된 단서들로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숨진 고씨와 용의자 원씨간의 직접적인 연결 고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원한이나 치정에 의한 청부살인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당시 고씨 주변의 인물관계를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샌디에이고=서정원 기자, LA=장수아 기자 jang.suah@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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