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 망명신청자 급증으로 교육 파행
수업 시간에 정상 교육 대신 망명자 자녀 사용언어 번역 매달려
ESL 반 내에서도 학생들 사이 언어 격차 커 혼란, 학부모들 후회
버스나 전철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뉴욕시 교육국(DOE) 홍보 문구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뉴욕시로 유입되는 망명신청자가 급증하며, 바로 이 '언어' 문제 때문에 자녀의 전학까지 고려하는 상황이다.
뉴욕 롱아일랜드시티에 거주하며 두 딸을 양육 중인 A씨. 얼마 전 딸의 학교를 방문했다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뉴욕시 망명신청자 급증으로 교내 망명신청자 아동들이 많아졌고, 영어를 구사하는 학생이 거의 없어 교사가 수업 시간에 구글 번역기로 설명한 내용을 일일이 번역하고 있었던 것.
A씨는 "수업 시간의 대부분이 번역한 내용을 들려주는 데 사용되고 있었고, 그동안 영어를 할 줄 아는 다른 학생들은 멀뚱히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일반 학생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고민 끝에 A씨는 다음 학기에 자녀를 사립학교로 전학시키기로 결정했다. 인근 지역에는 망명신청자 셸터로 사용되는 호텔이 많아서 어느 공립교를 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망명신청자 아동 급증과 관련된 우려는 ESL(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을 위한 학습 프로그램)반이 마련된 학교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4년 전 미국에 이민 와 아스토리아에서 3학년 아들을 양육 중인 한인 박 모 씨는 "아들이 최근 ESL반을 빠져나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전했다. 아들의 초등학교 진학 당시 ESL반을 신청했으나, 최근 망명신청자 급증으로 ESL반 안에서도 학생들 사이 언어 격차가 너무 커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알파벳조차 모르는 학생들이 많아, 영어와 스페인어를 모두 구사할 줄 아는 학생이 교사의 설명을 통역해 주는 상황이라 ESL반이 제대로 된 기능을 못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급격하게 늘어난 망명신청자 아동에 비해 교사가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다. 박 씨는 "망명신청자 아동이 급증해 ESL반 인원이 지나치게 많아 관리도 제대로 안 되고, 결국 일부 학생들은 일반 클래스에 합류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또 그는 "이런 상황을 예상 못 하고 ESL반을 신청했던 한인 학부모들이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한 한인 학부모는 이같은 이유로 자녀 전학을 위해 뉴저지로 이사갔다"고 덧붙였다. ESL반에 한 번 들어가면 일반 클래스로 이동하기 위해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까다로운 시험 난이도 탓에 반을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학부모들은 시 교육국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교사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어 반마다 통역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인 학부모 진 모 씨는 "사립학교로 전학이 어려운 중산층 가정은 이런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일반 학생들이 피해 보지 않도록 조치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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