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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시니어의 시간

김영중 수필가

김영중 수필가

이해하지 못할 일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나이가 들었다는 증후다.  20대에는 늑장을 피우는 것 같던 시간이 65세가 넘으니 꿈결처럼 흘러가 버린다. 내 인생에 배급받은 시간은 얼마나 남아 있을까 하는 생각에 삶의 질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시니어들은 모이면 건강 이야기다. 누가 갑자기 쓰러졌고, 몸 어디가 이상하면 무슨 병의 증상이고, 어떤 병에는 무슨 약이 좋다는 등이 화제의 중심이 된다. 의학자들은 100세까지 사는 것이 어렵지 않은 시대라고 말한다. 100세 장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건강관리?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나이 들면서 건강관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시간 관리다. 시간은 돈이라고들 말하지만 65세가 넘으면 시간은 돈, 그 이상이다. 시간은 구매 불가능이기 때문이다.
 
많은 시니어가 우두커니 앉아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본다. 지적 자극이나 새로운 도전이 없으면 우리의 뇌는 급격히 쇠퇴한다고 한다. 물론 치매도 빨리 올 수 있다.  
 
시니어는 인생의 오후이다. 오후는 오전보다 더 길고 다양하다. 남은 날들을 어떻게  쓰느냐가 시니어에 주어진 삶의 숙제다. 시간은 차별이 없다. 다만 주어진 시간을 잘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 스스로 삶의 시간표를 짜야 하는 고민이 시니어의 몫이다. 시간은 마치 그릇과 같다. 밥을 담으면 밥그릇이 되고 죽을 담으면 죽 그릇이 된다. 시간에 담긴 내용이 중요한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고 삶의 의미를 정의했다.
 
 많은 사람이 돈 낭비는 아까워해도 시간 낭비는 아까워하지 않는다. 고산증을 겪어봐야 산소가 얼마나 귀중한가를 느끼는 것처럼 사람은 죽음 앞에 섰을 때 시간의 가치와 의미를 파악하게 된다.  
 
시간은 하늘로부터 받은 재산이다. 그 재산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사람이 달라지고 삶의 윤택함이 결정된다. 돈 있고 시간도 있어야 진짜 부자라고 할 수 있다.  
 
분노의 자리를 연민의 자리로 채우고 허욕에서 벗어나 맑은 눈빛을 가질 수 있게 되는 시간, 세상을 조망하는 지혜와 이해력이 높아지는 시간, 그 시간이 시니어의 시간이다.  
 
시니어의 시간은 양이 아니라 질이다. 짧더라도 알맹이가 꽉 찬 그런 시간을 보내기 위해 속도를 늦추지 않는 홀로서기의 스케줄을 짜야 한다. 신앙은 물론, 봉사활동, 여행, 취미생활도 하며 스스로 삶을 만들어야 한다.  
 
피곤한 사람은 피하는 것도 시간의 질적 사용의 한 방법이다. 책도 아무것이나 읽지 말고 양서들을 골라서 읽어야 한다. 이 모임 저 모임에 나가 다른 사람 뒷말 하는 데 맞장구치는 것도 시간 낭비다.  
 
시니어의 시간은 마음의 평화가 중요하다. 사람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하찮은 일에도 감사하고, 저녁노을에도 감동하고, 자주자주 감탄할 때, 나이의 숫자를 의식하지 않는 즐겁고 건강한 시니어의 삶이 될 것이다.
 
산다는 것은 배급받은 시간을 쓰는 것이다. 시간의 비밀을 푸는 것이 현명하게 나이를 먹는 비결이며, 조화가 아니라 향기 있는 생화로 시니어의 시간을 사는 일이다. 

김영중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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