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마당] 모내기의 추억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한국 어린이들의 모내기 체험 영상을 봤다. 그들은 고운 색깔의 옷에, 허벅지까지 오는 빨간 장화를 신고 모내기를 했다. 나는 그들이 신고 있는 긴 장화에 눈길이 가면서 옛날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했다.일제 강점기가 끝날 무렵 초등학교 3~4학년 때 모내기를 다녔던 곳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논에 이르면 바지를 무릎 위까지 걷어 올리고 저벅저벅 걸어 논에 들어갔다. 어른들이 양쪽에 서서 밧줄로 라인을 만들면 우리는 그 앞에 일렬로 나란히 섰다. 그리고 왼손에 모종을 잡고 오른손으로 조금씩 떼어 무논에 꾹꾹 꽂아 넣었다.
누군가 “좋았어”라고 외치면 한 발씩 뒤로 물러섰고 줄도 옮겨졌다. 이런 방식으로 모내기는 계속 진행됐다. 이렇게 무논은 파랗고 아름다운 푸른 농원으로 변했고, 그 모습을 보는 우리도 즐거웠다. 그런데 어느 날은 거머리가 다리에 붙어 떨어지지 않아 질겁을 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도 거머리는 징그럽다. ‘그때 우리에게도 장화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그때 모내기 현장이 그리워진다. 모내기를 자주 했던 까닭인지 지금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이든 되풀이하면 연습이 된다. 우리 생활에서도 옷 만들기, 책 읽기 그리고 글 쓰기 등도 마찬가지다. 그뿐만이 아니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사랑도 계속 연습을 한 후에 실행에 옮긴다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모든 것을 처음부터 잘할 수 없다. 부단히 연습해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원만한 관계를 위해 모내기하듯 다양한 방식으로 연습한 후 이를 실행에 옮긴다면 분명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영순·샌타클라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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