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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읽는 세상] 벼룩의 노래

괴테의 『파우스트』에는 ‘벼룩의 노래’라는 것이 나온다.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 박사의 영혼을 담보로 그에게 젊음을 선사한다.  그리고 젊어진 파우스트를 데리고 라이프치히의 한 선술집으로 간다. 여기서 대학생 브란더가 ‘쥐의 노래’라는 재미있는 노래를 부르자 이에 대한 응답으로 메피스토펠레스 역시 재미있는 노래를 부르는데, 그것이 바로 ‘벼룩의 노래’다.
 
“옛날에 벼룩을 기르는 아주 괴짜 임금이 있었어. 그 벼룩을 왕자처럼 예뻐했지. 임금은 어느 날 재단사를 불러 벼룩에게 멋진 외투를 만들어주라고 명령했어. 벼룩은 비단옷을 걸치고 궁전을 휘젓고 돌아다녔지. 임금은 벼룩을 대신으로 삼고 훈장까지 주었어. 벼룩의 친구들도 모두 출세를 했어. 이들은 거들먹거리며 궁전 안을 돌아다녔지. 그러면서 왕비든 시녀든 가릴 것 없이 궁전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따끔따끔 물어댔어. 하지만 아무리 가렵고 따가워도 어쩔 수가 없었어. 벼룩을 죽이면 안 된다는 임금의 엄명이 있기 때문이야. 그러니 그냥 하하하하! 하고 웃을 수밖에. 만약 우리라면 벼룩 따윈 대번에 죽여 버릴 텐데 말이야.”
 
이 가사에 베토벤, 무소륵스키, 베를리오즈 같은 작곡가들이 곡을 붙였는데, 그중에서 제일 음악적으로 재미있는 것은 무소륵스키의 ‘벼룩의 노래’다. 재미있는 가사를 빈정거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피아노 반주에 얹어 부르는데, 중간에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어가기도 한다.
 
‘벼룩의 노래’는 일종의 풍자다. 능력 없는 벼룩에게 벼슬을 준 어리석은 임금, 임금의 총애를 받으며 거들먹거리는 벼룩과 그 일당들, 그들에게 아무리 괴로운 일을 당해도 말 한마디 못하는 비겁한 신하들의 모습이 자유분방한 선율에 담겨 있다. 그런데 만약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떨까? 노래처럼 마냥 웃을 수만은 없겠지.



진회숙 /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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