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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높은 물가를 실업률 상승보다 2배 더 혐오

구매력 삭감 차원 넘어 정신적 스트레스로 작용
연방준비제도, 금리 인하 결정 어려운 주요 원인

미국인들은 물가가 오르는 것을 실업률이 오르는 것보다 두 배나 더 싫어하며, 이 때문에 경기 부진에도 대응해야 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인들의 물가 상승 혐오는 구매력 감소 외에도 정신적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하버드대 스테파니 스탄체바 교수팀의 연구 결과를 인용, 보도한 데 따르면 미국인들은 평균적으로 물가상승률이 1%포인트 오르는 것을 실업률이 1%포인트 오르는 것보다 두 배나 더 나쁘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실업률은 5월 현재 4%로, 만약 5%로 상승하면 실업자 수가 170만명 늘어나게 된다. 물가상승률이 1%포인트 오르는 것이 이같은 실업자 대량 양산보다 더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는 얘기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들이 물가 상승을 싫어하는 이유는 단순히 구매력 잠식 우려뿐만 아니라 정신적 부담 때문으로 나타났다. 빠듯한 예산에서 돈을 쓰려면 심리적인 타격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스탄체바 교수는 “이는 복잡한 문제”라면서 “예산 기준이 빠듯해지지 않아도 인플레이션은 늘 돈을 쓸 때 다시 생각하게 하는 요인으로, 기본적으로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인들이 고물가에 대한 부담을 크게 받고 있는 만큼, 연준이 금리를 낮추는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연준이 목표로 잡고 있는 물가상승률은 2.0%다. 지난 5일 상무부가 발표한 4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7% 올라 연준 목표보다 아직 높다.
 
이 때문에 연준은 오는 12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준금리는 20여 년만의 최고 수준이지만 아직 물가가 목표 범위 내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낮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부 학자들은 물가상승률 2.7%는 용인할 수 있는 정도라고 평가한다. 작년 4월의 4.4%보다 많이 내려온 것이고 2022년 6월의 7.1%와 비교하면 3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WSJ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것은 미국인들이 물가 상승을 너무나도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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