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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루프탑 코리안’이 남긴 유산

최인성 사회부 부국장

최인성 사회부 부국장

'루프탑 코리안'  
 
1992년 LA폭동 당시 한인 사회를 설명한 단어다. 무장한 청년들이 LA한인타운에 있던 마켓과 상점 지붕에 올라가 약탈자들을 향해 총을 겨눈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다큐 제목처럼 남는 표현이다. 다만 이 단어가 한인 사회에 본격적인 ‘커뮤니태리어니즘(Communitarianism.커뮤니티주의)’의 태동을 알리는 표현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나중에 깨달았다.  
 
커뮤니태리어니즘은 구성체의 이기적인 성격과 더불어 타 구성체에 대한 배제적 이득을 배격한다는 이중성을 띤다. 자신만의 이득을 추구했다면 아마 극단적인 고립을 자초하는 비이성적 커뮤니티가 되어 괴멸되고 말 것이다.  
 
‘루프탑 코리안’은 커뮤니티에 대한 공격에 가장 미국적으로 대처한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큰 각성의 순간이자 ‘공존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과제를 던져주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폭동 이후 자신을 지키기 위해 총을 사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흑인 커뮤니티에 장학금을 전달하는 등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상대방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존중하자는 캠페인도 벌였다. 우리가 소중하면 그들 커뮤니티도 소중하기에.  
 
다만 우리 커뮤니티에 대한 우리 자신의 애정과 존중, 즉 커뮤니태리언 마인드는 충분한지 묻고 싶다. 루프탑에서 함께 우리 생명과 재산을 지키던 정신은 아직 남아있는지 궁금하다.  
 
예를 들면 한인타운 내 D 식당은 몇 년 전 서울에서 온갖 기술과 메뉴를 공수해오면서 한 가지 고수한 원칙이 있었다. 한인 사회 내 언론과는 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주류 방송사를 섭외해 촬영하고 타인종 손님들을 끌기 위해 각종 소셜미디어를 동원했다. 아직도 이런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는지 알 수는 없다.  
 
10년 전쯤만 해도 한인타운에 새로운 식당이 오픈하면 으레 직원들과 몰려가 식사 겸 메뉴 품평도 하고 식당 대표의 고향과 출신학교까지 물으며 친구이자 선후배가 되기도 했다. 한인 사회가 새로운 식구를 반기는 일종의 의식이었다.  
 
한인 사회가 그냥 업소를 차리고 장사를 하면 되는 신도시 같은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D 식당 측은 한인 사회 바비큐 식당들이 어떤 시행착오를 거쳐 자리를 잡았는지, 커뮤니티 일원으로서 할 것은 무엇인지 돌아보기 바란다.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보다는 커뮤니티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 필요하다.  
 
한인 단체들도 힘이 빠져 있다. 팬데믹을 거치며 참여자가 줄고 운영기금도 빠듯해진 탓이지만 그래도 할 일은 많고 해야 한다. 단체 관계자들은 이곳저곳에 얼굴을 비치고 사진을 만들어 언론에 노출되면 그것이 활동 성과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루프탑 코리안’의 비장함까지는 아니더라도 커뮤니태리어니즘의 최소 교두보는 지켜주길 기대한다. 열심히 활동하는 분들은 억울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한인 사회를 대표하고 봉사한다고 홍보하며 정부와 기업들의 지원을 받는다면 그 정도의 책임과 의무감은 필요하지 않겠나.  
 
예전 베트남 커뮤니티의 한 단체장 이야기가 아직 귀에 남는다. 그는 거리에서 시니어들이 대우받는 모습을 보면 커뮤니티의 수준이 보인다고 했다. 우리는 모두 나이가 들면 노년이 되기 마련이다. 또 현재는 경제력이 있지만 앞으로 가난해질 수도 있다.  
 
 미주 한인 이민 역사도 120년이 넘었다. 한인 사회가 시니어들을 어떻게 대우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그들은 지금은 외롭고 힘들지만 한 때는 한인 사회의 얼굴로 한인 사회를 이끌었던 분들이다. 이들이 한국과 미국에서 경쟁하고 버틴 기록이 없다면 오늘의 한인 사회가 가능했을까.  거리에서 식당에서 모임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을 더 공경하고 배려하자. 커뮤니태리안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다.  

최인성 / 사회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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