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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연두

회색과 초록 사이
간절한 시간을 열고
회색에 매달린 우울을 털어낸다
가슴을 활짝 펴고
급히 지나가는 봄을 깊숙이 들이마신다
더는 버티기 힘든 무채색이  
서둘러 그림자를 지우고 꼬리를 찾아
기억 속으로 사라진다
색을 입에 물고 붓질을 시작한다
새순을 톡톡 치고 꽃망울을 그린다
잎을 제치고 꽃부터 밀어낸 나무들은
벌써 얼굴이 하늘과 교감하며 허공에 풀어진다
꽃잎은 파문을 일으키며  
문자가 되고
시가 되어 사뿐히 내려앉는다
꽃 장례의 진혼곡이 울려 퍼진다
 
오월은 옷을 갈아입을 시간
오늘은 연두
내일은 초록
오늘은 꽃분홍
내일은 양홍
봄의 탄성이 우렁차다
갓 태어난 진달래가 헉헉댄다

정명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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