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카이, 미주에 K뮤지컬 물꼬 트다

카이 LA공연 리뷰

4대 뮤지컬 명곡 두루 열창
한인 뮤지컬 팬 갈증 씻어줘
듀엣과 호흡에 탄성 이어져

지난 11일 샌타모니카 소재 브로드 스테이지에서 열린 미주 중앙일보 50주년 기념공연 '카이 인투 더 월드'에서 뮤지컬 배우 카이가 프리마돈나 캐런 팍스와 듀엣 무대에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투나잇'을 열창하고 있다.

지난 11일 샌타모니카 소재 브로드 스테이지에서 열린 미주 중앙일보 50주년 기념공연 '카이 인투 더 월드'에서 뮤지컬 배우 카이가 프리마돈나 캐런 팍스와 듀엣 무대에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투나잇'을 열창하고 있다.

“현실은 진실의 적이라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주인공 돈키호테의 말이다. 11일 저녁 샌타모니카에서 공연한 카이가 관객들에게 전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날 기립박수에 호응한 그가 앙코르 곡으로 고른 건 ‘이룰 수 없는 꿈(The Impossible Dream)’. 고지식한 이상주의자 돈키호테의 심정을 잘 표현한 명곡이다.  
 
카이는 돈키호테의 짧고도 강력한 대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세상에서 가장 미친 짓은 현실에 안주해 꿈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그는 자신이 주연을 맡았던 이 뮤지컬을 자서전과 같이 여긴다고 한다. 성악가에서 뮤지컬 배우가 된 배경으로 자신의 어려웠던 어린 시절이 겹친 탓도 있다. 카이는 객석을 향해 “여러분도 어떤 고난이 와도 꼭 이겨내고 행복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세상은 밝게 빛나리라. 이 한 몸 찢기고 상해도 마지막 힘이 다할 때까지 가네. 저 별을 향하여’로 이어진 마지막 소절에선 마이크를 내려놓은 채 열창해 감동을 더 했다.  
 
앙코르에 앙코르를 거듭한 그의 마지막 곡은 찬송가 ‘주의 은혜라’였다. 신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의 성품이 잘 드러난 곡이었다. 지금의 카이가 있기까지 도움 준 스승과 팬들에게 바치는 노래이기도 했다. 감동으로 눈시울을 적시는 관객이 적잖았다.  
 
미주 중앙일보 창간 50주년 기념 행사의 하나로 마련된 이번 공연은 미주 한인사회에 K뮤지컬의 물꼬를 터줬다는 의미가 크다. 그동안 남가주의 대형 공연들은 클래식(조수미, 임윤찬 등) 아니면 트로트(임영웅, 김호중 등)나 대중가요 시장으로 양극화 추세를 보여왔다. 한국에선 뮤지컬 시장이 세계 2위 규모로 성장했는데도, 미주 음악팬들은 제대로 접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간극을 카이가 처음으로 메워준 셈이다.  
 
첫 LA 공연의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무대 의상이나 반주 없이 피아노 하나에 의존해 뮤지컬 곡들을 성공적으로 공연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카이의 실력과 신념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이는 세계적인 뮤지컬 제작자 캐머런 매킨토시의 세계 4대 뮤지컬인 ‘오페라의 유령’ ‘캐츠’ ‘미스 사이공’ ‘레미제라블’의 대표곡들을 전반 레퍼토리로 골랐다. 그래서인지 마치 여러 편의 뮤지컬을 다 본 듯 여운이 길게 남았다. 한인 뮤지컬 팬들의 갈증을 풀어준 감동적인 무대였다.  
 
이날 듀엣을 했던 캐런 팍스 USC 교수는 단 한 번의 리허설만으로 카이의 아름다운 미성과 탄탄한 성악 실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카이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명곡 ‘마리아’를 부르자, 뒤이어 팍스는 오페라 ‘카르멘’을 미국에 맞게 각색한 뮤지컬 ‘카르멘 존스’의 ‘댓스 러브(Dat’s Love)'를 부르며 플라멩코 춤사위를 선보였다. 두 사람은 기독교 신자이자 대학에서 뮤지컬을 가르친다는 공통점으로 서로에게 깊은 호감을 갖고 학생들을 위해 교류하자는 약속도 했다.  
 
또 각지에서 공연장을 찾아온 카이의 서울예고 후배들은 “졸업 후 직접 들을 기회가 없었는데 미국 공연에 올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프랑켄슈타인' '엑스칼리버' '베토벤' '벤허' 등 유명 뮤지컬이 해외로도 수출되는 순수 한국 창작품이라는 사실에 놀라는 관객도 많았다. “이렇게 좋은 한국 뮤지컬들이 있는 줄 몰랐다. 한국에 가면 꼭 관람해보겠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주인공 카이 외에 피아노 반주자 조재철씨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그는 오르간이 아닌 피아노로 연주하기 힘든 ’오페라의 유령‘ 서곡을 완벽하게 연주해 관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그는 2018년 뮤지컬 '오디너리 데이즈'의 피아니스트 역할로 데뷔한 이후 뮤지컬을 중심으로 한 크로스오버 피아니스트이자 음악 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손영아 디렉터·비영리 공연기획사 YASMA7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