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7불 아파트…로토 당첨같은 입주
서울 동작구청 양녕 청년주택
시 최초로 1만원 아파트 화제
임대료 3년새 15% 올라 부담
청년들 “성인 첫 관문서 좌절”
임대 방식 변화 주택 위기 원인
최근 전세 사기많아 월세 선호
결혼 늦어져 1인주택 수요 폭증
원문은 LA타임스 5월7일자 ‘This tiny apartment costs $7 a month. Scoring one is like winning the lottery’ 제목의 기사입니다.
대학생인 최씨는 “당첨됐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은 후 일주일 동안 계속해서 문자 메시지를 쳐다봤다”면서 “드디어 미래를 위한 저축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가 당첨된 새 아파트는 크기가 226스퀘어피트에 불과하지만 에어컨, 인덕션 쿡탑, 냉장고, 세탁기에 넉넉한 수납공간까지 갖추고 있다.
지난주에 입주한 최씨가 사야할 가구는 침대뿐이다.
이 원룸 아파트는 서울 동작구의 새 공공 임대주택 단지인 ‘양녕 청년주택’이다. 최씨처럼 저렴한 거주 공간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한국 청년들을 위해 지어졌다.
1000만 명이 거주하는 서울은 세계에서 주택 시장이 가장 비싼 도시중 하나다. 아파트 중간 가격은 지난 10년 동안 두 배 증가해 현재 약 6억 8500만원(약 50만1800달러)에 달한다.
서울에서 집을 사는 것은 흔히 ‘영끌(영혼을 끌어모은다)’고 표현될 정도로 어렵다. 최씨는 “제 나이 또래의 청년들은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주거권 옹호 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이 분석한 정부 자료에 따르면 12월 기준 355스퀘어피트 미만 서울 아파트의 평균 월세는 457달러로 2021년 이후 15% 상승했다.
일부 대학가에서는 1인용 원룸의 월세가 700달러에 달한다.
최씨는 방송 저널리즘을 전공하면서 프리랜서 비디오그래퍼로 시간당 최저임금인 7달러를 받고 있다. 그는 서울의 비싼 월세에 대해 “성인이 되는 첫 관문에서부터 옴짝달싹도 못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주택 위기의 주원인으로 부동산 투기가 지목되고 있지만 최근 임대 선호도와 인구 통계학적 변화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얼마전까지 대부분의 한국 중산층은 전세라는 독특한 제도를 통해 주택을 임대했다. 전세란 세입자가 월세 대신 집주인에게 집 시세의 최대 70%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지불하는 것을 말한다.
오랫동안 이 제도는 집주인과 세입자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전세 대출 이자가 일반적으로 월세보다 싸기 때문에 세입자는 내 집 마련을 위해 더 쉽게 저축할 수 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 보증금이 사실상 무이자 대출과 같기 때문에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집을 담보로 큰 액수를 대출 받은 집주인이 보증금 상환을 거부하는 사기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세입자들이 전세를 기피하고 현금으로 월세를 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
또한 결혼을 하거나 가정을 꾸리는 시기가 늦춰지면서 1인 주택의 현금 임대 시장 수요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중앙대학교의 부동산 정책 전문가인 서원석 교수는 “1인 주택 입주 경쟁이 매우 치열하고,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며 “이러한 추세를 완화하기 위해선 더 많은 공공주택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인구의 5분의 1이 거주하고 있는 서울에서 가장 큰 현안은 주택 문제다.
지난 10년 동안 170만 명이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 서울 근교로 이주했다.
이런 상황에서 양녕 청년주택과 같은 공공 아파트에 자리를 잡는 것은 청년들에게 마치 로또에 당첨된 것과도 같다.
편의점 점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 졸업반 김도연(25)씨는 “내 주변 친구들 대부분이 공공아파트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면서 “양녕 청년주택에 당첨되기 전 다섯 군데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동작구청이 공영주차장 위에 지은 양녕 청년주택의 36가구에 입주 신청한 700명 중 한 명이다. 입주자격은 만 19세에서 39세 사이의 월 소득이 1620달러 이하다.
월 임대료는 서류상으로 93달러, 공공주택 기준으로도 낮은 편이다. 하지만 공공사업 공사의 수익금을 이용해 첫 입주자 그룹에게 임대료를 7달러만 받고 있다.
최선영 동작구청 대변인은 “현재로서는 첫 6개월 동안 충분한 자금을 확보했고 이후에도 동일한 임대료를 계속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신혼부부 등 다른 젊은 세입자를 위한 7달러짜리 공공 임대주택도 추가로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월세는 싸지만 각 세입자가 약 1만 달러의 보증금을 마련해야 한다.
김 씨는 이미 기본적인 생활비를 지원해주던 부모의 도움을 받았다. 콘크리트 벽을 마주보고 있고 창문이 하나뿐인 이전에 살던 작은 아파트의 월세는 446달러였다.
구청 관계자와 계약서에 서명한 후, 김씨는 5층으로 올라가 새집 냄새가 나고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새 집을 둘러봤다.
“와, 정말 넓네요.”
창가에 서 있던 직원이 “여기에 블라인드나 커튼을 달 수 있지만 벽에 못은 박으면 안 된다”고 주의를 줬다.
하지만 김씨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지금 사는 곳은 좁고 환기가 안 돼서 요리도 제대로 할 수 없다”면서 “이제 드디어 직접 요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활짝 웃었다.
김씨는 2년 임대 계약을 네 차례 갱신할 수 있기 때문에 30대 중반까지 이 집에서 살 수 있다.
그녀는 그때쯤이면 회계사가 되어 삶이 안정될 수 있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내 집 장만이 더 어려워져 서울에서의 생활을 접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맥스 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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