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추억의 ‘99센트 온리 스토어’
그 뒤로 딸은 도라가 새겨진 반창고를 모든 인형의 팔과 다리, 얼굴에 붙여주었다. 인형이 아파서 붙여줬다며 안쓰럽다는 표정까지 지었다. 그리 비싼 반창고도 아니고 딸이 좋아해서 아기자기한 동물 그림이 그려진 반창고를 몇 개 더 샀다. 딸은 한동안 그것들을 가지고 놀았다.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99센트 온리 스토어’에서 파는 많은 품목 중 딸은 스티커를 제일 좋아했다. 꽃 그림, 동물 그림, 위니 더 푸 캐릭터, 헬로키티 등 크고 작은 스티커는 항상 사는 물건이었다. 퇴근해서 집에 오면 아이들은 으레 내 핸드백에 먼저 눈길을 줬다. 스티커를 핸드백에서 꺼냈을 때 볼 수 있는 아이들의 기뻐하는 모습과 환한 미소, 웃음소리 때문에 아이들이 싫증 낼 때까지 샀다. 벽과 유리창, 의자 다리에도 스티커를 붙여서 한동안 우리 집은 인형의 집처럼 스티커로 치장됐다.
주로 생필품을 파는 곳이지만 의외로 선물용품, 공구류, 애완동물 용품, 미용 보조식품 등과 무슨 용도로 쓰는 제품인지 모르는 물건도 의외로 많다. 아이들 학교에서 내주는 프로젝트가 있을 때마다 ‘99센트 온리 스토어’를 찾곤 했다.
어떤 선생님은 창의력을 발휘하는 프로젝트를 요구해서 여느 가게에서는 팔지 않는 재료로 만들어야 했다. 여기에 먼저 들러서 아이디어를 얻고 그에 걸맞은 물건을 사고 크래프트 가게인 마이클스에서 나머지 필요한 재료를 사서 프로젝트를 끝내곤 했다. 이렇게 만든 프로젝트는 아이들보다 선생님이 더 좋아했다.
내가 어렸을 적에도 저렴한 가격으로 동심을 부풀리는 가게가 있었으면 했는데, 그런 ‘99센트 스토어’가 사업 부진으로 모든 매장의 운영을 중단하고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금리와 물가도 올랐지만 무엇보다도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못내 서운해서 며칠 전에 마지막으로 방문했다. 가게 안에 있는 텅 빈 선반을 보니 내 마음이 다 휑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오던 때가 생각난다. 좋아하는 스티커를 손에 꼭 쥐고 사달라며 나를 보고 씩 웃던 모습이 그립다. 이제 가게는 없어졌지만, 거기서 아이들과 함께했던 행복한 추억은 내 마음에 연전히 고이 담겨있다.
이리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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