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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바이올린>의 여왕' 명인을 꿈꾸다

바이올린 제작자 안아영씨
NYT '떠오르는 별'로 호평
불확실한 길 부모 반대에도
시카고 유학 후 이탈리아행
스트라디바리 고향서 수학
각종 대회 잇따라 수상 명성
"악기 라벨에 새긴 내 이름
100년 후에도 날 기억할 것"

이탈리아 크레모나 지역에서 활동하는 안아영씨가 직접 만든 바이올린이다(왼쪽 사진). 안씨는 좀 더 고풍스러운 바이올린의 느낌을 내기 위해 돌 또는 마른 파스타를 이용해 겉면을 긁는 방식을 사용한다. 뉴욕타임스에 나온 안씨의 사진. [뉴욕타임스 캡처]

이탈리아 크레모나 지역에서 활동하는 안아영씨가 직접 만든 바이올린이다(왼쪽 사진). 안씨는 좀 더 고풍스러운 바이올린의 느낌을 내기 위해 돌 또는 마른 파스타를 이용해 겉면을 긁는 방식을 사용한다. 뉴욕타임스에 나온 안씨의 사진. [뉴욕타임스 캡처]

여덟 살 한인 소녀에게 바이올린은 전부였다. 부모님이 선물로 준 악기를 늘 베개 옆에 둔 채 잠이 들었고 꿈을 꿨다.
 
안아영(32)씨의 꿈은 지금 현실이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4일 바이올린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이탈리아 크레모나 지역에서 바이올린 제작가로 활동하는 안씨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신문은 안씨를 ‘떠오르는 별’이라고 호평했다.
 
경기도 평택에서 나고 자란 안씨는 어린 시절 악기상에 가는 것을 즐겼다. 안씨는 “갈 때마다 악기상 주인아저씨한테 이것저것 질문을 쏟아냈었다”며 “10대 시절부터 바이올린 제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안씨는 꿈을 좇기 위해 맨 처음 시카고로 향했다. 한국에서는 현악기 제작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학교가 없었다.
 


17살 때였다. 바이올린을 제작하려면 공예(craft)부터 배워야 했다. 부모는 불확실한 길을 택하려는 딸의 결정이 불안했다. 뜯어말렸다.
 
안씨는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결국 부모님이 포기했다”며 “공항에서 작별 인사를 하는데 부모님은 울었지만 나는 한껏 들떠 있었다”라고 말했다.
 
안씨는 시카고 교외 고등학교에 다니며 영어를 배웠다. 이후 시카고 바이올린 제작학교에서 공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던 중 이탈리아 크레모나 지역에 국제 바이올린 제작학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크레모나는 16세기에 활동했던 불후의 악기 제작 명장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태어난 곳이다. 크레모나의 전통적인 바이올린 제작 방식은 세계적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곧바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스무 살 되던 2011년이었다.
 
13년이 지난 지금 안씨는 크레모나 지역에서 역시 바이올린 제작가로 활동 중인 남편 한왕수씨와 함께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스트라디바리의 전통 제작 기술을 전수받은 안씨는 그동안 각종 바이올린 제작 대회에서 잇따라 수상하며 명성을 쌓고 있다.
 
안씨는 크레모나 지역 바이올린 전통 제작 방식을 보존하기 위해 모인 제작가 컨소시엄에서 최연소 회원이기도 하다. 크레모나에서는 ‘아영’과 함께 ‘안나 아리에티’라는 이탈리아 이름도 같이 사용 중이다.
 
안씨가 바이올린 한 개를 제작하는 데는 약 2개월의 작업 시간이 소요된다. 그가 만드는 바이올린은 현재 1만7500~1만850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안씨는 “사실 3주 정도면 바이올린을 만들 수 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며 “내가 제작하는 바이올린은 구매하는 사람에게도 매우 소중한 악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바이올린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의미다.
 
바이올린 제조의 마지막 단계는 제작가의 이름이 새겨진 라벨을 붙이는 일이다. 안씨는 바이올린 제작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세례(baptism)’라고 부른다고 했다. 라벨에 안씨는 자신의 한글 이름과 이탈리안 이름을 함께 새긴다. 바이올린이 부서지지 않는 한 제작자의 이름 역시 사라지지 않는다.
 
안씨는 “라벨에 새겨지는 내 이름이 바이올린 제작가가 되고 싶었던 이유”라며 “내가 만든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이들은 100년, 200년 후에도 나를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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