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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 마당] 기억 속에 오래 남을 여행

수필

 
몇 년 전 9월 말 나는 세 가지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9월 마지막 주와 첫 주는, 문인회 회원들과 문인회 회원 몇 명의 출판기념회가 대전에서 있을 예정이었고 그 후에는 문학기행 계획이 잡혀 있었다. 세 번째 주에는 시카고간호협회 회원들과 베트남과 캄보디아 여행이 잡혀 있었으며, 10월 마지막 주에는 재외간호사 대회에 참석해야 하는 계획이 짜여 있었다.  
 
그런데 문인회 회원들과 함께하는 동안 나에게 사고가 났다. 한국 나간 지 닷새 되던 날 춘천까지 가서 호텔계단에서 넘어져 오른팔이 부러지는 일이 생겼다. 바로 병원에 갔으나 X-Ray를 찍어 보더니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길로 서울에 있는 조카에게 전화해 조카 아들이 그 밤에 춘천까지 와서 나를 픽업해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야 했기 때문에 나는 그곳에서 문인회 모든 계획에서 도중하차를 해야 했다.  
 
이 탓에 조카 집에서 거의 한 달을 잘 쉬고 10월 마지막 주 제외 한인 간호사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시작 전날, 우리 일행이 묶기로 되어 있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일행들을 만났다. 내 모습은 말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질 않은가. 나는 그래도 운 좋게 좋은 후배를 룸메이트로 만나 안심이 됐다. 다음 날 오전 중 대회에 참석한 모든 이들의 등록하는 순서가 있었고, 인사동 뒷골목에 있는 큰 한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그런데 눈에 익은 거리, 인사동 맛집 ‘여자만’이란 남도 한정식집이 있고, 그 부근에 천상병 시인의 부인 문승옥 여사가 운영하는 곳도 있었다.  
 
그분이 별세 후 지금은 조카가 운영하는 ‘귀천’이란 전통 찻집이 있질 않은가. 이 찻집은 한국의 숱한 시인 묵객들의 명소라고 들었다. 그날 밤 우리는 그 찻집에 들러 천상병 시인을 기리며 차 한 잔씩을 마시면서 이야기꽃을 피었었다. ‘귀천’의 내용은 이렇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모두 국립 현대 미술관을 관람하고는 창경궁을 탐방하는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창경궁 궁궐 전각들을 두루 다니며 둘러보았다. 내가 어렸을 때는 창경원이라 불렀고 초등학교 때 소풍을 왔던 생각이 난다. 봄이면 이곳은 벚꽃이 유난히 아름답게 만발하여 많은 사람이 벚꽃놀이라는 말과 함께 구경을 왔던 곳이 바로 이곳이 아닌가. 세월의 진한 아쉬움과 감동을 하고 돌아섰다.  
 
마지막 날에는 DMZ 및 임진각 견학이 있었다. 이곳들을 가기 위해 북쪽으로 달리는 버스 안에서 고속도로변에 보이는 산들의 가을 풍경은 너무나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옛날과 다른 모습은 시골에도 아파트들이 들어서서 서울 변두리 같은 모습들을 하고 있었다. DMZ에 도착하여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건너다본 이북 역시 조용한 가을이었다.  
 
내가 대학 다닐 때까지도 작은 할아버지 댁이 임진강변에서 친구와 함께 와 끝이 보이지 않는 참외밭 원두막에서 놀던 때가 생각나는데 몇십 년 만에 오니 모든 것이 많이 달라져 보였고 삭막하기만 했다. 임진강 가까이는 철조망이 있어 들어갈 수도 없었다. 아직도 분단된 우리나라는 언제 다시 저 임진강을 자유롭게 건너가 우리의 형제들을 만날 수 있단 말인가.  
 
이제 한국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풍성하게 준비된 저녁 식사와 각 지역에서 준비해 온 장기자랑 등으로 즐겁게 지냈다. 11월 초인데도 날씨도 푸근했고 청명한 가을 날씨가 오랜만에 고국을 찾은 우리 일행을 환영해 주는 것 같았다. 멀리 해외에 나가 살면서도 그리운 내 조국을 생각하며 하루빨리 통일되고, 우리 형제들이 서로 대화하며 옛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  

허정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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