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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기독교계, 돈 풀어 트럼프 지원 사격

위기 의식 팽배한 보수 교계
투표 독려에 거액 투입하기로

바이블 벨트 중심으로 결집 중
11월 선거 향방 가늠할지 주목

"왼쪽으로 기운 미국 되돌려야"
못미덥더라도 균형 맞출 인물

바이블 벨트를 중심으로 보수 기독교계가 결집하고 있다. 이들이 이번 대선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이 가주 헌팅턴비치에서 트럼프 깃발을 휘날리고 있다. [로이터]

바이블 벨트를 중심으로 보수 기독교계가 결집하고 있다. 이들이 이번 대선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이 가주 헌팅턴비치에서 트럼프 깃발을 휘날리고 있다. [로이터]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복음주의 유권자들의 표심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이들은 텍사스를 중심으로 중남부 지역에 형성된 '바이블 벨트'를 통해 미국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이들이 다시 움직인다는 것은 보수 교계가 갖는 위기 의식에 기인한다. 낙태 이슈, 범죄자 처벌 완화, 비판적 인종이론(CRT), 국경 문제, 공립학교의 적나라한 성정체성 교육 정책 등을 바라보는 보수 기독교계 유권자들의 눈빛은 갈수록 냉랭해지고 있다. 이러한 기류는 유명 복음주의 단체들의 움직임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대선을 200여일 앞둔 상황에서 기독교 복음주의 유권자들의 분위기를 알아봤다.
 
심상치 않다. 저명한 복음주의 단체 '페이스&프리덤(Faith & Freedom)'이 이번 대선에서 역대급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페이스&프리덤이 올해 선거에서 6200만 달러를 지출할 계획이라고 지난 11일 보도했다.
 
이는 지난 2020년 지출했던 자금(5200만 달러)보다 무려 1000만 달러가 더 많은 액수다.
 
물론 이 단체는 비영리로 운영된다. 선거와 관련해 큰 돈을 쓰지만 특정 후보를 대놓고 지지 또는 반대하는 활동에는 제약이 따른다.
 
그럼에도 페이스&프리덤의 노림수는 보수 유권자들의 결집이다. 그들의 시선은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향해있다.
 
이 단체는 랄프 리드가 이끈다. 공화당의 오랜 선거 전략가이면서 트럼프와도 긴밀한 관계에 있는 인물이다.
 
리드는 보수 기독교계에서는 저명하다. 러시 림보 등과 함께 기독교계에서 유명 방송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심지어 1995년에는 그의 영향력이 워낙 큰 탓에 타임지 커버스토리에도 등장했던 인물이다.
 
그런 리드가 거액의 돈을 언급하며 이번 대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은 그만큼 보수 진영의 절실함을 반영한다.
 
리드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공화당 외부에서 이 정도의 돈이 투입되는 것은 역대급 지원이 될 것"이라며 "이 돈은 격전지를 중심으로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격전지는 소위 경합주로 불리는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다.
 
이를 위해 페이스&프리덤을 따르는 12만5000개 이상의 교회가 무려 3000만개의 선거 관련 인쇄물을 찍어 배포한다.  
 
인쇄물에는 현재 보수 진영에서 상당히 불편해하고 있는 낙태, 공립학교 교육 정책 등을 두고 트럼프와 바이든을 비교함과 동시에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를 독려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또, 문자 메시지 발송, 전화, 가가호호 방문 등을 통해 경합주 유권자들에게 후보 선택의 중요성을 호소하겠다는 심산이다.
 
'클럽포그로우스(Club for Growth)'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이들 역시 지난 2020년 대선때 2000만 달러를 들여 트럼프를 지원 사격했다.
 
물론 올해 대선에서는 아직 지지후보를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근 이 단체가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트럼프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만큼 복음주의권 단체들과 공화당, 그리고 트럼프의 연대는 대선을 앞두고 강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렇다고 보수 교계 유권자들이 마음 편히 트럼프를 지지하는 건 아니다.  
 
최근 퓨리서치센터가 전국 유권자(1만2693명)를 상대로 트럼프에 대한 호감도를 조사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트럼프에 대한 선호도는 백인 복음주의 교인(64%)과 백인 가톨릭 신자(51%) 사이에서 가장 높았을 뿐이다. 그외 교단 소속 교인 사이에서는 트럼프에 대한 비선호도가 더 높았다.
 
그럼에도 바이든 행정부의 급격한 좌회전을 막을 수 있는건 현재 트럼프 카드가 유일하다는 것이 보수 교계사이에서는 중론이다. 이러한 여론은 이미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를 위협할 것이라 여겼던 론 디샌티스, 니키 헤일리 등이 트럼프에게 맥을 못추고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는 점에 어느정도 배어있다. 한마디로 그래도 믿을 건 '트럼프' 라는 것이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도 이러한 여론이 드러난다.  
 
트럼프를 선호하는 이유는 신앙적 요소가 아니다. 응답자 2명 중 1명(51%)은 '트럼프의 신앙 때문이 아니라 그가 기독교의 가치를 보호하고 대변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는 날이 갈수록 급격하게 왼쪽으로 기우는 미국의 방향을 다시 오른쪽으로 되돌려 주길 바라는 기대가 담겨있다.
 
리드도 이러한 사실을 애써 부인하지 않는다.
 
일례로 트럼프는 최근 폭스와의 인터뷰에서 낙태와 관련해 모호한 답변을 했다.
 
트럼프는 폭스의 진행자 션 해니티가 낙태 정책에 대해 묻자 잠시 망설이며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리드는 이에 대해 "트럼프의 답변은 다소 모호했지만 우리 조직은 그에 대한 지지를 유지할 것"이라며 "오히려 그가 걸어온 길을 보면 지난 2016년 대선때보다 더 신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수적 색채가 짙은 한인교계도 마찬가지다. 특히 한인교계에서는 최근 남가주 지역에서 가주 아동보호법 주민투표 회부를 위한 긴급 서명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공립학교내 성중립 화장실 설치 등을 막고 자녀에 대한 학부모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내용을 이번 선거에서 주민발의안으로 내자는 것이다.
 
교인 이새롬(40ㆍ어바인)씨는 "요즘 정책들을 보면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어떻게 할 수 없을 만큼 가주는 민주당 성향이 너무 강하다"며 "교계내에서도 반응은 엇갈리지만 대체로 미국이 연방 차원에서라도 균형을 잡으려면 트럼프를 지지할 수 밖에 없다는 여론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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