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턴백화점 깜깜이 개발…업주들 당혹
철거후 주상복합 개발안 제출
37년된 한인타운 대표 쇼핑몰
업주들 “금시초문” 반발일 듯
“30년 장사해와 생계 어쩌나”
웨스턴 백화점의 건물주인 이길훈(영어명 케네스) 회장은 836-874 S. 웨스턴 애비뉴에 위치한 모퉁이 부지를 재개발하는 계획서를 지난 21일 LA도시계획국에 제출했다. 계획서에 따르면 이 회장은 현재의 단층 소매 건물을 철거하고 157개 유닛의 6층짜리 주상복합 아파트를 건축할 계획이다. 신축 아파트는 스튜디오와 1·2베드룸으로 구성돼 있다. 3000평방피트 이상의 소매업소 공간과 129대의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반지하 주차장을 갖추고 있다.
이에 대해 웨스턴 백화점에서 영업중인 업주들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지난 2019년에 입점한 업주 이지아씨는 “전혀 들은 바가 없다. 개발 계획이 있었다면 진작 말해주지 않았겠나”라며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타격이 엄청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주 임혜경씨 역시 철거 소식에 대해 처음 듣는 얘기라고 전했다.
그는 “재작년 9월쯤 토지 평가를 한다고 안내문이 붙어서 업주들 사이에서 쇼핑물을 허물고 새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얘기가 돌았다”며 “당시 업주들이 많이 긴장했었다. 이후에 그냥 해프닝으로 일단락된 것으로 알려져 안심했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한 업주는 “건물주인 이 회장의 딸이 운영권을 거의 넘겨받다시피 하면서 웨스턴 백화점 광고를 모두 중단하는 등 소홀해지기 시작했었다”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외관 공사도 리모델링이 아니라 오래된 건물이 부식되면서 떨어지는 잔해에 부상자가 발생할까 봐 보수공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말했다.
지난 1987년 문을 연 웨스턴 백화점은 3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타운 대표 장수 쇼핑몰이다. 건물 자체는 1929년에 지어져 100년 가까이 됐다. 웨스턴 백화점의 철거 위기 소식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는 스왑밋의 실태를 반영하고 있다. LA지역 유명 스왑밋인 슬라우슨 수퍼몰도 저물고 있다는 기사가 최근 보도된 바 있다. 〈본지 3월 11일자 A-3면〉
한국의 동대문 시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웨스턴 백화점은 개장 초창기 한국 제품을 찾는 한인들의 쇼핑 메카였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지금은 예전 명성에 못 미치고 있다.
이씨는 “마흔 개가 넘는 업소 자리가 있지만 최근 많이 빠져나가 지금 장사하는 업주는 36~37명”이라며 “대부분 업주가 20~30년 오랫동안 장사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분들인데 갑자기 나가라고 한다면 충격이 클 것 같다. 한인타운의 역사가 담긴 얼마 남지 않은 스왑밋 중 하나인데 이마저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매니지먼트 사무실도 해당 사실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전했다. 웨스턴 백화점 매니지먼트 사무실의 프로퍼티 매니저 올리비아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처음 듣는 사실이다. 이 회장으로부터 전혀 들은 바가 없다. 회장에게 문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본지는 이 회장에게 연락을 수차례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한편, 'DFH아키텍츠(DFH Architects)'는 '870 웨스턴'이란 제목으로 웨스턴 백화점 자리에 세워진 6층 주상복합아파트 조감도를 공개했다. 현대적인 포디움(podium) 타입의 아파트는 금속 패널, 시멘트 석고 및 섬유 보드, 도자기 타일로 덮여 있는 디자인으로, 루프탑 데크와 정원, 클럽룸 등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장수아 기자 [email protected]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