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임의 마주보기] 도파민 중독과 중용
우리 모두는 스트레스가 만연한 시대에 살고 있으며, 다들 그 스트레스와 삶의 고통스러운 면들을 이겨내거나 잊기 위해서 여러 가지 수단들을 동원한다. 그래야 우리 뇌의 쾌락과 고통의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곤하면 자야 하고, 배고프면 먹어야 하듯이, 스트레스 받은 우리 뇌는 “탈출구”가 필요한 것이다. 어떤 이는 연인과 헤어진 슬픔을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울어서 달래고, 어떤 이는 주먹으로 있는 힘껏 샌드백을 치면서 울분과 화의 감정을 가라앉힌다. 그리고 성행위나 가벼운 신체적 접촉도 우울감과 걱정, 스트레스를 덜어준다.
인간이 스트레스가 쌓이면 생기는 변화 중의 하나가 호르몬 분비의 불균형 상태다. 날마다 계속되는 그리고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세로토닌’과 ‘도파민’ 같은 아주 중요한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s)의 경감을 가져온다. 이러한 화학물질이 부족해지면 사람들은 더욱 우울해지고 갖가지 중독성의 경향 또한 증가하게 된다. 말하자면 과도한 스트레스는 도파민 충동을 일으키고, 이는 도파민 과잉, 도파민 중독을 낳는다. 결국 “고통을 피하다 보니 쾌락의 노예로 전락해 버리는 것이다.” 이는 인간 뇌의 보상회로의 ‘악순환’이다.
문제는 현대사회가 도파민 충동을 아주 쉽게 만족시키는 도구와 수단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즉, 스마트폰, 악성 댓글/리플, 가짜 뉴스, 도박과 게임, 온라인 쇼핑, 음란사이트,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마약, 담배, 알코올, 설탕과 갖가지의 시럽을 탄 달달한 커피(내가 무척 좋아한다!)와 케익과 초콜릿 등등 말이다.
현대인의 도파민 중독문제를 신랄하게 파헤친, 애나 렘키의 『도파민네이션(2022)』(Dopamine Nation, 2021)에는 쥐를 대상으로 한 매우 흥미로운 실험결과가 나온다. 그것은 바로 “초콜릿은 뇌의 기본 도파민 생산량을 55퍼센트 늘리고, 섹스는 100퍼센트, 니코틴은 150퍼센트, 코카인은 225퍼센트 늘린다”고 하며, 또한 “애더럴이나 길거리 약물에 들어있는 암페타민 성분은 도파민 분비량을 1,000퍼센트까지 늘린다”는 것이다. 게다가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는 2022년 낸 책인, 『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Don’t Trust Your Gut: Using Data to Get What You Really Want in Life)에서 실제 활동별 행복 점수에 관한 순위조사의 결과를 소개하는데, 38가지 항목 중에서 ‘친밀한 접촉/섹스’가 단연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 주변에는 도파민 수치를 높일 수 있는 수단들이 널려 있다. 행복해지기가 부자 되기보다 훨씬 쉽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도파민 중독 요인들 또한 부자 되기 요인들보다 훨씬 차고 넘친다. 사람들은 저마다 유혹을 느끼고 쾌락을 얻는 수단과 그 정도가 다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리가 과유불급을 이해하고, 짜릿한 자극과 유혹, 전율이 넘쳐나는 사회에서 도파민 추를 바로잡아 세워서 ‘중용과 균형’을 지켜야 한다는 데에 있다. 나도 사실 요즈음 나에게 있어 쾌락 호르몬 도파민을 어김없이 활성화시키는, 그 “달콤씁쓸”한 초콜릿의 풍미를 즐기되, 또한 자제하기 위해서 무척이나 노력 중이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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