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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골프계에서 ‘어글리 코리안’ 안 되려면

장열 사회부 부장

장열 사회부 부장

사실 ‘한인 망신’이다. 남가주 지역 골프장 티타임을 불법 선점해 이득을 챙기는 한인 브로커들로 인해 한인 골프 애호가 전체가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브로커들은 카카오톡에서 ‘골프 티타임 예약 대행’ ‘김 실장’ 등 익명의 아이디를 만들어 활동 중이다. 영업 방식은 간단하다. 한인들이 자주 찾는 골프장을 중심으로 티타임을 대거 확보한 뒤 문의가 오면 수수료를 받고 티타임을 준다.
 
이들의 티타임 확보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예약 우선권이 주어지는 시니어 회원권을 차용해 예약을 대거 선점하거나, 컴퓨터 프로그램 ‘봇(bot)’을 이용해 한꺼번에 티타임을 싹쓸이하는 방식이다.
 
일반인이 브로커를 당해낼 재간은 없다. 새벽부터 일어나 골프장 웹사이트에서 아무리 클릭을 해도 프라임 시간에 예약한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이런 구조가 자리 잡은 건 벌써 수년째다. 일반 골퍼들로서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프라임 시간 예약이 워낙 어렵다 보니 브로커에게 웃돈을 주고서라도 골프를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완전히 울며 겨자 먹기다.
 
한인 브로커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건 LA지역 유명 골프 코치이자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인 데이브 핑크(채널명·Dave Fink Golfs) 때문이다. 그가 한인 불법 브로커의 활동 행태와  그들과의 통화 내용 등을 영상으로 공개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처음에는 이슈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뻔했다. 핑크가 브로커와 이를 애용하는 골퍼들을 모두 ‘한인’으로 특정하면서 자칫 인종 문제로 비화할 뻔했다.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서 조차 한인 브로커들의 활동 및 티타임 예약과 관련해 한인을 성토하는 글이 잇따라 게재됐다.
 
물론 활동 중인 브로커와 이를 이용하는 골퍼 대부분이 한인인 것은 맞다. 하지만 이슈가 불거지기 전부터 여러 한인 골프 애호가들이 골프장 측에 불법 브로커들의 존재를 알리며 문제를 제기했고 대응 방안도 촉구했었다. 불법 브로커와 그들의 배를 불리는 한인 골퍼들도 있지만, 문제를 바로 잡으려고 애쓴 한인들도 많았다는 얘기다.
 
영상이 공개되자 일부 한인 골프 동호회 회원들은 핑크에게 “한인을 모두 도매금으로 묶어 매도해서는 안 된다”며 SNS 등을 통해 우려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에 핑크는 즉각 해당 영상 내용을 수정하고 한인들과 손잡고 브로커들의 불법 활동을 폭로해 나갔다. 이러한 과정에서 본지는 불법 브로커 논란을 한국어 뿐 아니라 영문으로도 기사화했고, LA시의 골프장 관리 담당 기관은 심각성을 인지한 뒤 조사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한인 브로커들은 카카오톡 아이디 등을 변경하는가 하면, 웃돈을 받아온 온라인 송금 애플리케이션의 거래 내용도 모두 비공개로 전환했다. 그렇다고 해서 브로커들이 활동을 멈춘 건 아니다. 잠시 몸을 숨겼을 뿐 다른 아이디 등을 이용해 계속 활동 중이다.
 
골프장 관리 업체들은  “문제를 알고 있다”고 밝혔지만, 골퍼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심지어 기사 보도 후 골프장의 일부 직원들이 브로커와 손잡고 눈을 감아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독자도 있었다.  
 
티타임 불법 거래는 골프 애호가들의 기회 균등 권리를 빼앗는 행위다. 이 문제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무엇보다 골퍼들의 결단이 중요하다. 지금부터라도 브로커를 통해 티타임을 예약해선 안 된다. 그들에게 웃돈을 줄 때마다 이 굴레에서 벗어나는 건 더욱 힘들어진다. 급기야 지난 14일에는 ABC7뉴스도 이 문제를 보도했다. 만약 이런 행태가 지속된다면 골퍼들 사이에서 ‘어글리 코리안(Ugly Korean)’이라는 말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장열 /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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