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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사자처럼 왔다 양처럼 간다

불쑥 찾아온 따사로운 봄볕
 
거친 비바람과 함께 사자처럼 온다
 
봄이 위태롭게 걸어온다
 
끝자락에 매달린 겨울이 불안스레 머뭇댄다
 
겨우내 얼었던 땅에 은빛 기포 밀어 올리자
 
대지는 몸살이다
 
봄이 터진다
 
보슬비가 흙을 어루만지자
 
눈도 없고 팔다리도 없는 수선화
 
수줍은 얼굴로 땅 위를 기웃댄다
 
햇빛이 녹인 봄바람에
 
성미 급한 꽃망울들 펑펑 터진다
 
새싹이 올라온다
 
꿈이 올라온다
 
대지의 찬가
 
윤기 자르르한 눈부신 그대
 
오후 2시의 태양은  
 
움 트위기에 숨이 차다
 
방실방실 웃음 터는 꽃봉오리
 
연두로 울린다
 
봄은 양처럼 가고
 
초록이 부푼다

정명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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