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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지혜를 얻게 한 용기

DMV(가주차량등록국)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운전면허증을 재발급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사고나 교통 위반 티켓을 받은 적이 없어 이번에도 필기시험 없어 재발급 받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70세가 넘으면 무사고 운전자라도 필기시험을 다시 봐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이 사실을 알고 나니 스트레스가 시작됐다. 갈수록 기억력이 떨어지고 깜빡깜빡하는 건망증까지 심해지는 상황인데 시험을 감당해 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때문이었다.  
 
두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용기를 내어 응시할 것인가, 아니면 포기해야 하는가. 그런데 그 순간 ‘용기를 잃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죽기 살기로 노력해 보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그리고 마치 비상상태에 들어간 것처럼 200개가 넘는 예상 문항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억력이 떨어진 탓인지 아무리 운전면허 시험이지만 쉽지가 않았다.
 
시험 당일  DMV에 도착해 차례를 기다리며 주변을 둘러보니 대기자 대부분이 시니어들이었다. 이미 시험장에 들어가 시험을 치르는 사람 대부분도 시니어였다. 시험 시간에 제한이 없다 보니 시니어들은 시험지를 붙들고 보고 또 보고를 반복했다. 시니어 응시자들의 시험 시간은 한두 시간이 보통이었다. 빈자리가 빨리 나지 않아 다음 순서의 사람들은 마냥 기다려야 하는 인내심이 필요했다.  
 
내 이름이 호명됐다. 교통 표지판에 관한 1차 시험은 컴퓨터로 보는 것이 먼저였기에 몹시 긴장됐지만 정신 바짝 차리고 문제 하나하나에 답을 체크하며 다음으로 넘어갔다. 이 과정을 끝내자 바로 합격을 축하한다는 문자가 떴다. 안도의 숨을 쉬며 2차 필기시험에 응했다.
 
교통정보에 관한 문항 40개가 있는 시험지였다. 막상 시험지를 앞에 놓고 보니 다행히 마음이 차분해졌다. 일단 답을 알고 있는 문항부터 풀어나갔다. 답이 떠오르지 않아 잠시 제쳐 놓았던 문제들은 다시 정독하며 기억을 더듬으며 겨우겨우 답을 체크했다. 그리고 모든 문항에 답을 체크했는지 한번 쭉 흩어보는 것으로 마지막 점검을 했다. 모르는 문항은 아무리 읽어도 답하기 어려움을 알기에 시간 낭비 없이 시험지를 제출했다. 그리고  결과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심사했던 직원이 내게 오라고 손짓을 했다. 주눅 든 모습으로 다가섰더니 그 직원은 미소를 띠며 “유 패스”라고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합격이란 말을 듣는 순간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의 은혜임에 나는 복 받은 사람이라는 고마움과 감동이 폭발해 눈물이 흘러내렸다,
 
시험은 생존을 위한 숙명이 아닌가 싶다.  운전면허 시험은 어떤 일에도 용기를 갖고 달려들면 해낼 수 있고, 이룰 수 있다는 지혜를 터득하는 기회였다.

김영중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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