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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고통과 기쁨

불교에서 깨달음의 길로 ‘사성제(四聖諦)’를 이야기합니다. 고집멸도(苦集滅道)가 바로 그것입니다. 삶에서 고통이 쌓이면 고통을 없애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는 방법을 보이는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요즘 법화경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법화경을 공부하면서 사성제를 다시 접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그러하지만 내 상태에 따라 공부의 깨달음은 달리 다가옵니다. 이번에 사정제를 보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성제의 고(苦)는 다시 사고팔고(四苦八苦)로 나뉩니다. 우리의 고통을 네 가지 혹은 여덟 가지로 나누는 것입니다. 네 가지 고통은 생로병사(生老病死)이고 여덟 가지 고통은 여기에 원증회고(怨憎會苦), 애별리고(愛別離苦), 구불득고(求不得苦), 오온성고(五蘊盛苦)를 듭니다. 팔고에 해당하는 네 가지 고통을 보면서 금방 마음에 다가왔습니다. 살면서 우리가 겪는 고통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오늘은 원증회고와 애별리고에 대하여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 고통인 원증회고는 원망하고 미워하는 사람과 만나는 고통입니다. 생각만 해도 괴로운 일이나 삶의 대부분의 고통은 여기에서 비롯됩니다. 세상에 만나고 싶은 사람만 있다면 하루하루가 천국입니다. 기독교에서 너희 안에 천국이 있다는 말은 바로 여기에 해당할 겁니다. 우리들 사이에 천국은 있습니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지위가 올라가고 세상과 넓게 만나다보면 정도는 다를지 모르나 원증회고의 세상입니다. 괴롭기 짝이 없습니다.
 
애별리고는 애당초 사랑이 있기 때문에 생기는 고통입니다. 사랑하지 않으면 이별의 고통도 없습니다. 반대로 사랑하는 사람이 많으면 이별의 고통은 상존(常存)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늘 함께할 수는 없는 겁니다. 특히 외국에 사는 사람이나 외국에 가족이 있는 사람이라면 애별리고의 고통은 항상 느끼는 일입니다. 또한 애별리고의 가장 큰 고통은 죽음의 이별이니 언젠가는 다가오는 일입니다.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원증회고와 애별리고의 두 고통을 보면서 저는 회(會)와 별리(別離)를 바꾸면 세상이 완전히 달라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는 기쁨과 싫은 사람과 헤어지는 기쁨으로 말입니다. 물론 싫은 이가 적어서 싫은 이와 헤어지는 기쁨마저 적어진다면 더 좋겠지요. 싫은 이를 줄이는 노력, 사랑하는 사람을 늘리는 노력은 중요한 수행입니다.
 
옛이야기에 소금장수 아들과 우산장수 아들을 둔 엄마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비 오는 날에는 소금장수 아들을 걱정하고, 햇볕 쨍쨍한 날에는 우산장수 아들을 걱정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게 엄마의 마음일 겁니다. 저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비 오는 날에는 우산장수 아들 때문에 웃음이 나고, 맑은 날에 소금장수 아들 덕분에 기분이 좋아지기 바랍니다. 같은 사건이어도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고통을 줄이고 기쁨이 커지는 겁니다.
 
허나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만 저는 싫은 사람 만나는 일을 날마다 걱정합니다. 또한 저는 사랑하는 이와 헤어짐에 슬퍼하고, 잘된 자식보다 힘든 아이에 온통 마음이 쓰입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하지만 사실 아픈 손가락에 더 신경이 쓰이는 게 부모입니다. 아픈 아이가 있는데 잘된 아이 때문에 기뻐할 수만은 없겠지요.
 
고통이 많기는 하지만 그게 사람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고통이 많기 때문에 반대로 기쁨도 많아진다는 생각을 합니다. 고통이 없다면 기쁨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아파하고 기뻐하는 인간이라는 게 싫지만은 않습니다. 고통과 기쁨은 인간의 두 모습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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