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마당] 소름 끼치는 지구 재앙
수필
신의 경지까지 오른 황금만능의 위력 앞에서 지구 온난화는 하찮고 귀찮은 걸림돌일 뿐이다. 풍요로움에 길든 이 습성은 변화될 기미가 거의 없다. 귀담아듣고 볼 수 있는 능력보다 쾌락과 흥미 위주의 발포성 흥분을 더욱 탐하는 문화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오존층의 파괴로 가뜩이나 빈곤층이 많은 아프리카에서는 기후난민이 속출하고 있다. 이미 기후 과학자들은 하늘을 거미줄처럼 누비는 항공노선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항공기들이 내뿜는 일산화탄소가 기온 상승과 오존층 파괴의 원인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무관심하다 못해 오히려 항공여행을 자랑거리로 여기지 않는가?
크루즈 선박 한 척이 운항할 때 자동차 4300대에 해당하는 탄소 배출량이 생긴다. 한해 두세 번은 크루즈 여행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 사람도 있으니 죄에 해당되는 업을 쌓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는 15세 때 피켓을 들고 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전 세계 청소년들과 공유하게 된다. 그녀의 엄마는 유럽의 유명한 오페라 가수였기 때문에 자주 항공 여행을 했다. 그러나 환경 보호를 위해 활동 반경을 국내로 좁혔다고 한다. 수입이 줄 것을 감수하면서 말이다.
툰베리는 UN총회 연설에서 각국 대표들을 향해 “당신들은 나와 당신 자녀들의 미래를 도둑질했다”고 일갈했다. 그로 인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얘기도 있다.
툰베리는 스웨덴에서 뉴욕의 UN총회에 다녀가는데 바람으로 움직이는 배를 이용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왕복에 한 달이나 걸렸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었던 이 소녀의 행로는 많은 사람을 감동하게 했고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나 역시 도둑과 일맥상통하는 악습이 많았다. 지구를 병들게 한 이기심, 탐욕, 자기애를 부인할 수 없게 살았다. 하지만 이제는 최대한 지구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상생활에서 가능한 15가지는 지키려 애쓴다. 지구 환경을 위해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망설이는 분들을 위해 10가지 정도만 나누고자 한다. 특히 “나 한사람이 무슨 도움이 되랴” 하는 무력감의 방해를 받는 분이 많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기에 그렇다.
어느 날 지구 공동체를 떠날 날이 내게 닥쳤을 때 이 땅에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지를 숙고해 본다면 “몰라서 못 했다. 너무 하찮아 신경 쓰지 않았다” 라고 한다면 영혼의 밑바닥으로부터 올라오는 회한을 어찌 감당할 것인지? 큰일, 작은 일을 따지다 정작 놓쳐 버린 시간 때문에 후회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흔적은 남겨져야 하지 않을까?
*식기와 물병·텀블러를 갖고 다닌다.(암을 유발하는 PFAS와 쓰레기 배출량을 줄인다)
*온·냉방기 사용을 자제하고 계절에 적응해 산다.(건강에도 좋다)
*옷가지 수를 줄이고 세탁기 대신 손빨래를 한다.(숱하게 사들인 옷 무덤에서 해방되었다)
*수도꼭지는 콸콸이 아닌 졸졸로.(물이 부족한 가주에는 더욱 필요하다)
*주로 냉수를 사용하고 온수는 필요할 때만.
*샤워 시간 줄이기.(온수를 틀고 만족한 샤워를 좋아했던 나는 상당히 이기적이었다)
*천으로 만든 그로서리 가방과 망사 백을 사용한다.(플라스틱 사용을 많이 줄인다)
*스마트 폰 사용 자제.(신문과 책을 읽고, 글을 쓰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온라인 쇼핑 자제.(중독성이 너무 강하다)
*소비주의 억제.(탈성장을 실현할 수 있는 개개인의 가장 강력한 힘이다)
그런 현실은 오지 않겠지만 나를 포함한 누군가는 자발적 가난의 이름으로 정신적 가치와 의미를 창조해 내기도 한다. 다만 의식화된 무소유의 정신과 실천이 없이는 쉽지가 않을 것이다. 스페인의 속담 하나를 소개하려 한다. ‘하느님은 늘 용서하시고 사람은 가끔 용서한다.’
그러나 자연은 결코 용서하는 법이 없다. 이걸 뒤집어 본다면 자연은 우리가 행한 데로 베풀든지, 아니면 복수를 한다는 의미가 아닐는지? 소름 끼치는 느낌이다.
최경애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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