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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 금난새 지휘자와 음악회

수필

지난달 초 지휘자 금난새가 UC어바인(UCI)으로 날아왔다. 화합과 평화의 메시지를 안고서. 그는 작곡가 금수현의 둘째 아들이다. 문득, 여학교 때 즐겨 불렀던 아름다운 가곡 ‘그네’가 떠오르며 목청 높여 부르고 싶어진다.
 
‘세모시 옥색 치마 금박물린 저 댕기가 창공을 차고 날아 구름 속에 나부낀다.…제비도 놀란 양 나래 쉬고 가더라.’  
 
해방 직후인 1948년 발표된 이 곡은 금수현 작곡, 김말봉(금난새의 외할머니) 작사다. 금난새의 아들도 음악대학 교수라니 3대가 음악가인 집안이다.  
 
연주회 전날 남편과 딸에게 금난새 지휘자 관련 유튜브를 보여줬더니 반응이 매우 좋았다. 대중에게 클래식 음악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훌륭한 지휘자인 그가 미국에 온다는 소식에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이민 올 때  ‘우리 가곡전집’ LP판을 들고 왔지만, 여전히 미국생활은 삭막하다. 그래서인지 이런 음악회가 더욱 고맙다. 샌디에이고에서 두 시간 운전해 처음 가보는 UC어바인은 생각보다 넓었다. 음악회가 열리는 바클레이 (Baclay)극장 주차장에 막 주차를 하려는데 전화가 왔다. 이 행사를 알려주고 내 딸의 이름으로 등록까지 해준 동문이었다. 어디쯤 왔느냐며 묻는 전화였다. 그가 여기서 15년 넘게 살았다는데, 우린 서로 모르고 지냈다. 지난해인가 우연히 연결되어 전화로나마 대화를 자주 나누게 되었다. 지금은 긴 세월의 친구 같은 사이가 되었다. 우리의 삶은 때론 이처럼 경이롭다.
 
음악회는 성황을 이뤘다. 음악회 안내 인쇄물에는 한글과 영문으로 된 연주자의 경력과 후원자 소개로 빼곡했다. 드디어 무대에 오른 금난새 지휘자가 서곡 음악을 짧게 들려준 후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는 다시 들어보라며 서곡을 연주했다. 그는 특유의 온화한 미소와 함께 마치 대화를 하듯 악보의 가락을 쉽게 설명해주었다. 그의 유머 있는 말로 우리를 계속 웃게 하였다.
 
비발디(Vivald)의 사계절 중 ‘겨울’로 음악회를 시작했다. 이어 무디(Moody)의 스페인 환상곡 ‘톨레도’는 하모니카와 협연했다. 작곡과에 진학했지만 하모니카 공부만 했다는 연주자(이윤석명지대 객원교수)와 함께였다. 그는 앙코르곡으로 ‘문 리버(Moon River)’를 들려주었다. 하모니카와 오케스트라, 정말 멋지다. 문득 친정아버지가 긴 호흡으로 멋진 베이스를 붕붕 넣으면서 연주했던 하모니카 소리를 듣던 어린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두 번째 연주자 피아니스트 김기경은 베를린 국립음악대학에서 석사를 마치고 서울대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한 젊은 연주자다.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재능과 경력으로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덕분에 우린 영화 ‘닥터 지바고’의 주제곡인 ‘섬 웨어 마이 러브(Some where my love)’를 생음악으로 피아노의 연주와 함께 들었다.
 
그는 또 신청곡인 ‘러브 스토리’를 아름다운 변주곡으로 연주해 우리의 말라붙은 심장을 잠시 사랑에 빠지게도 해주었다.  
 
지휘자는 재치 있는 대화로 연주자와 청중을 웃음 속으로 몰아넣는 마력이 있었다.  
 
다음은 기타리스트와 함께 디앙(Dyens)의 탱고 엔 스카이 연주가 이어졌다. 출연자 중 막내인 지익환도 경력을 보니 대단한 음악가였다. 이들 독주자 모두가 금난새 지휘자의 눈에 발굴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며 연습했을까.
 
금 지휘자는 병역을 마치고 이십 대 후반에 독일로가 어렵게 공부를 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로벤스타인이라는 교수의 따뜻한 배려로 6년 동안 독일에서 사사했다고 한다. 그는 본인이 받았던 은혜를 고국의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KBS 교향악단 최연소 지휘자로 부임해 12년간 근무한 후에도 도전을 계속한 지휘자다. 그가 백발의 나이에도 이렇게 건장함을 보여줄 수 있는 저력은 가족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음악회의 마지막은 청중과 함께한 ‘고향의 봄’ 합창이었다. 이날 음악회는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처럼 아름다운 음악회가 자주 열린다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돌아오는 차 안에서 딸은 ‘Moon River’를 들을 때는 무대로 달려가 노래를 부르고 싶은 충동도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작 18명의 단원이 어떻게 대규모 오케스트라처럼 소리를 낼 수 있느냐고! 모처럼의 행복한 시간에 감동의 연속이었노라고 말했다. 올해는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밤길을 달렸다. 

최미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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