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글마당] 냉장고

속 다 비우고 기억도 비우고
 
짐차에 실리는데 여우비 한 줄금
 
메슥거림을 다스리기라도 하듯 쏟아진다.  
 
 
 
“너 온다기에 경로당 총무에게 부탁해서 사놨지”
 
제주도 두텁떡, 봉평 메밀전병, 상주 곶감…
 
 
 
고요가 짓무르던 엄마의 집은  
 
은빛 냉장고만 비만을 해명하며 분주했었는데  
 
엄마 떠나고 절로 싸늘해지던 날
 
꽁꽁 언 먹거리들은
 
버려지면서도 부재를 외면하려는 듯  
 
녹을 줄 모르더니
 
 
 
문이 닫히고 열리는 순간의 방심으로
 
조금씩 식어가던 생  
 
명이 다 된 걸 아는 일은  
 
갈 길이 훤히 보이는 것인가
 
동요도 타박도 않고 멀어져간다.

조성자 / 시인·뉴저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