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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훈이라는 흔적

바람처럼 빠져버린 그 지퍼 속 찬 언어는  
 
통곡이지만 가을의 연적은 아니었네
 
 
 
피는 잎도 지는 꽃도 열매가 아니듯
 


잎도 꽃도 아닌 삶의 의미만 뒤적이다가 사계를 만났는가  
 
오계를 당겼는가 부산한 세월만 나의 젊은 계절이었네  
 
 
 
너에겐 익숙하지 않은 신기한 계절 하나가 있을 뿐이었는데
 
살아가는 일이 극히 어려운 일이라고
 
아이는 책장에 눈물 쏟고 어미는 종아리에 푸른 줄 긋고
 
산새가 숨어서 울더냐 꽉 찬 하늘에 들판이 없더냐  
 
물처럼 흘러가면 되는 것을
 
무거운 충족의 조건을 너무 일찍 배워버린 탓에  
 
너의 입술은 없고 잔인하도록 끌어올린 끈기의 수액만이  
 
눈부신 오늘을 숨 쉰다
 
 
 
기억의 자리에도 채찍이 서리는데  
 
뛰는 맥박과 맞는 맷집에 우주는 있었을까  
 
뜻 모를 주문만 외워준다고 그것이 훈육이었고 사랑이었을까  
 
훈이라는 흔적 아래 어린 소매 끝은 해묵이요
 
어미의 부끄러움은 우주를 보는 날개 끝이라
 
매찬 어미는 지금 울고 너는 벌써 울었다
 
 
 
이 고백의 아픔에는 이름도 없어
 
겨울 내린 잎맥 하나 화려하지도 무성하지도 않아
 
가지 끝 바람에 그늘 없는 양지도 차다

손정아 / 시인·롱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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