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리스크 무시하고 수익률만 쫓는 투자 경계 필요
상승장 지속 가능성
머니마켓 6조 달러 전부 증기 투자 대기성 자금 아냐
시장에 들어올 기회 기다리는 자금 규모 파악 힘들어
투자 포트폴리오는 현금자산 규모 사상 최저치 근접
위험자산 실질 구매력 낮아, 위험 오기 전 리스크 관리
▶기다리고 있는 현금성 자산
현 장세를 설명하기 위해 여러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그 중 자주 언급되는 부분이 대기성 현금자산 규모다. 지금까지도 증시에 들어오지 않고 관망 상태로 대기 중인 머니마켓 자금 규모가 6조 달러가 넘는다는 것이 그 설명의 요지다. 그동안 증시로 들어오지 않은 자금이 많았고, 아직도 사상 최고치 수준이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물론, 앞으로도 상승세를 지속할 화력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이런 설명은 많은 일반 투자자들 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과연 그런가?
머니마켓 자금 규모는 사실 갑자기 불어난 것이 아니다. 지난 40년간 꾸준히 증가해 왔다. 장기간에 걸쳐 불어난 머니마켓 자금이 갑자기 모두 증시로 들어올 것이라고 보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대기성 현금자산’은 어떤 면에선 ‘신화’에 불과하다. 누군가 주식을 산다는 것은 누군가 주식을 판다는 뜻이다. 증시에 들어오고 나가는 자금은 대기성 현금자산 규모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리를 바꾸는 것이다. 단순화해 설명하자면 누군가의 머니마켓 자금이 증시로 들어온다는 것은 누군가의 주식은 팔리고 머니마켓, 혹은 다른 유형의 자산으로 돌아온다는 뜻이다.
물론, 시장환경에 따라 안전자산 규모와 위험자산 규모는 어느 정도 계속 자리바꿈을 한다. 그러나 장기간 축적돼온 머니마켓 자금이 현 장세를 계속 견인할 수 있는 대기성 자산이라고 보는 것은 ‘아전인수’격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대기성 자금은 없다
정작 시장의 구매력을 판단하려면 다른 지표들을 봐야 한다. 그중 하나는 주식 대비 현금 비율이다. 이는 현재 있는 시중의 투자 포트폴리오 내 주식형 자산과 현금자산의 비중을 비교하는 지표다. 이 지표에 따르면 주식형 자산으로 추가 배치될 현금자산 규모는 사실 매우 적은 상황이다.
2022년 10월 저점 이후 시장의 회복세에 가속이 붙으면서 주식값이 계속 올랐다. 이런 분위기는 다시 투자자들의 리스크 수용 욕구를 부채질했다. 현재 포트폴리오 주식 대비 현금 자산 비율은 비록 사상 최고치에서는 후퇴했지만, 여전히 금융위기 이전 고점을 상회하고 있다.
특히 일반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내 현금자산 규모는 지난 2014년 이후 최저치이고, 사상 최저치에도 근접해 있는 상태다. 반대로 주식형 자산에 배치된 규모는 금융위기 이전 고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상태다. 이는 투자자들의 실제 투자용 자산을 볼 때 그 중 현금 규모는 역사적 저점과 비슷한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더 살 돈이 별로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머니마켓 자금만 봐도 사실은 역사적 저점이다. S&P500 시가총액과 비교한 머니마켓 자금 규모는 지난 1980년 이래 최저 수준을 가리키고 있다. 6조 달러가 넘는 자금이 머니마켓에 있다고 하지만, 이는 주식형 자산에 몰린 자금에 비하면 지금 현재 역사적 저점을 형성하고 있을 뿐이란 의미다. 이는 결국 현재 쌓인 머니마켓 자금이 실제 대기성 자금이고, 그래서 시장으로 유입된다고 해도 많은 이들이 기대하는 만큼 장세를 견인할 만한 수준이 못 된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투자자들의 자산이 주식형 자산에 몰려 있다는 것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하나는 시장의 상승세를 계속 견인할 만한 구매력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현재의 주식 대비 현금 자산 비율이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대체로 시장의 저점보다는 고점과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은 일반 투자자들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도 주식형 자산에 ‘올인’ 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뮤추얼 펀드 내 현금자산 규모는 사상 최저치를 보인다. 그렇다면 현금은 다 어디 있는 것일까?
▶돈은 어디에
투자자들이 돈이 없다면 6조 달러가 넘는 돈은 누가 가진 것일까? 머니마켓 자금을 활용하는 당사자들은 다양하다. 개인 투자자들도 있겠지만, 기업, 정부 등도 여러 이유로 머니마켓을 활용한다. 개인들의 경우 머니마켓에 돈이 있다고 다 투자를 위한 대기성 자금으로 가진 것이 아니다. 이들은 급한 상황에 대비한 생활자금일 수도 있고, 집을 사거나 여행을 가기 위한 자금일 수도 있다. 기업의 경우 페이롤이나 설비투자, 일상적 비즈니스 운영 등 투자 이외 용도의 자금 역시 머니마켓을 선호한다. 외국자본 역시 미국 내 거래대금을 회수하지 않고 머니마켓에 넣어 둘 수 있다. 머니마켓의 자금을 곧바로 시장에 들어오기 위한 대기성 자금으로 보는 것이 무리인 이유다.
▶그렇다면 어떻게?
시장의 흐름은 사고파는 거래 당사자들의 결과물이다. 결국은 가격이 문제다. 팔고자 하는 반대편에는 사고자 하는 투자자가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가격에 팔고 사는가이다. 지금과 같은 상승장은 결국 팔려는 이보다 사고자 하는 이들이 더 많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런 경우 사고자 하는 이들은 계속 가격을 올리게 된다. 물건이 없으니 계속 높은 가격을 제시해 원하는 물건을 사려는 것이다.
시장 다이내믹은 결국 이렇게 수요와 공급의 결과물로 볼 수 있다. 가격이 더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더 높은 매수가를 제시하는 구매자가 있는 동안은 상승장세가 지속할 것이다. 하지만 이 다이내믹은 언젠가는 방향을 바꾼다. 사이클이다. 어느 지점에선가 구매자가 더는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기 원치 않을 때 매물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언제 어느 지점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 지점은 필연적으로 오게 돼 있다. 방향이 한 번 바뀌면 팔자 주문이 쇄도하고, 결국 ‘패닉’ 매도 현상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리스크’에 둔감하다. 두 자릿수 수익률을 당연시하고, 더 높은 수익률만 좇는 분위기다. 당분간 이런 장세가 지속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위험이 닥치기 전에 하는 것이다. 위험이 이미 도래한 상황에서는 이미 늦었다. 자신의 리스크 수용 의사와 능력에 기반을 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리스크를 능동적으로 관리하는 포트폴리오 운용이 더욱 중요한 환경이다.
켄 최 아메리츠 에셋 대표 kenchoe@allmeri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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