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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그리운 공원 친구들

매일 새벽이면 아무 부담감 없이 서둘러 동네 공원으로 향하곤 했다. 그곳에서 느끼는 신선한 공기도 좋았지만 공원 친구들을 만난다는 즐거움도 있었다.    
 
한인이 없어 아쉽긴 했지만 공원에서 만나는 친구들 대부분은 현직에서 물러나 은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열정적으로 일하다 행복한 은퇴 생활을 즐기는 모습들이었다.  
 
그중에는 군 장성 출신도 있었고, 미술가, 음악가 등 특이한 이력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공원에서 만나면 서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항상 필요한 예의는 지키는 모습이었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한 기본 소양이 몸에 밴 듯했다.  
 
어느 날 조금 늦게 공원엘 갔더니 다들 돌아가고 켄과 엘렌 부부만 남아 있었다. 우리는 언제나처럼 즐거운 이야기꽃을 피웠고 어느덧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엘렌이 공원을 떠나며 우리에게 “See you tomorrow(내일 만나요)” 라고 인사말을 건네자 옆에 있던 그녀의 남편 켄은 곧장 “If  the Lord will (주님의 뜻이라면)”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정말 크리스천 다운 말이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 켄의 말대로 우리는 내일 일을 알지 못한다.  
 


공원에서의 이런 인사말이 오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켄의 말은 현실이 됐다.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고 만 것이다. “금방 괜찮아지겠지”하며 기다렸지만 팬데믹은 우리 생각보다 오래 지속됐다. 그렇게 오랜 시간 공원엘 가지 못했고, 이제 팬데믹은 끝났지만 새벽 공원 산책은 다시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그때 공원에서 헤어지면서 켄이 “If the Lord will”이라고 했던 말이 요즘도 종종 떠오르곤 한다.
 
이제는 그들과 만났던 행복한 기억이 머릿속에 아름다운 그림으로 남아 있다.  

이영순·샌타클라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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