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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이야기] 이름이 문제인가, 내용이 문제인가

기업 문제 명칭만 바꾼다고 해결 안돼
비용·시간 많이 필요하고 효과도 의문
철저한 반성, 개선 노력이 최고 해결책

 
박충환 전 USC 석좌교수

박충환 전 USC 석좌교수

학교나 박물관 등의 시설에 기부자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도 이런 이유와 연결해 생각할 수 있다. LA 다운타운에 있는 뮤직센터(Music Center)는 화장실에 기부자의 이름을 넣은 브랜드를 쓰고 있다. 화장실의 명칭은 ‘레프톤 패밀리 레스트룸(Lefton Family Restrooms)’. 아마 기부자는 이 이름이 사랑과 존경을 받게 되기를 원했을 것이다. 앞으로는 화장실 변기에도 기부자의 이름이 들어갈 것 같다.
 
 
기업들은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기업명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최대 한인 은행인 뱅크오브호프(Bank of Hope)도 BBCN과 윌셔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미국의 대표적 통신사인 버라이즌 역시 벨 애틀랜틱과 GTE의 통합으로 생긴 이름이다.  
 
또 기업이나 기관 소유주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이름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일론 머스크가 2022년 트위터를 인수한 후 ‘X(엑스)’로 바꾼 것이 이런 예다. 필자는 아직 자산가치 200억 달러가 넘는 트위터(Twitter)라는 기업의 브랜드 이름을 바꾼 것에 대해 설득력 있는 이유를 듣지 못했다. 왜 그가 엄청난 가치가 있는 이름을 바꿨는지 궁금하다. 더 많은 사랑과 존경을 받기 위해서일까?  
 


어떤 이유건 브랜드 이름을 바꾸는 데 필요한 비용은 만만치가 않다. ‘앤더슨 컨설팅(Anderson Consulting)’은 모기업인 ‘아서 앤더슨 회계 법인(Arthur Anderson accounting firm)’과 분쟁이 생기는 바람에 회사 이름을 ‘액센추어(Accenture)’로 바꿨다. 이름 변경 작업에 사용한 비용만 약 1억 달러가량으로 추산됐다. 또 바뀐 이름을 알리는 데 사용한 시간과 추가 비용도 상당했다. 기업의 규모나 사업 성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이름 변경이란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필자가 이번 칼럼에서 다루려는 주제는 특별한 이유로 회사나 제품 이름을 바꾸고 싶어하는 것에 관한 내용이다. 특별한 이유란 고의나 아니면 실수로 중대한 위법 행위를 저질렀거나 도덕적으로 손가락질받을 만한 일이 발생한 경우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1989년 한국에서는 라면 우지 파동이 나라 전체를 흔들었다. 라면 업체들이 식용에 적합하지 않은 우지(쇠기름)로 라면을 생산해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다는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 때문이었다. 오랜 공방 끝에 결국 무죄 판결이 났지만 그 기간 당시 라면 업계 선두주자였던 삼양라면은 큰 타격을 받았다. 이미지 실추로 기업은 존폐위기에까지 몰렸다. 생존을 위해 ‘삼양라면’이라는 이름을 바꾸는 것까지 고려해야 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삼양식품의 예는 극단적인 경우에 속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필자는 회사나 제품의 이름을 바꾸고 싶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고민하는 기업주를 자주 봤다. 기업이나 제품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을 때 기업인들은 이름 변경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싶어하는 유혹을 강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름 변경과 관련 유의해야 할 한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그것은 그 문제가 브랜드 이름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름을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브랜드 이름 자체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브랜드 이름은 기억하기 쉬워야 하고 발음하기 편해야 한다. 그러나 그 이후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우리가 이순신 장군을 존경하는 이유는 그의 이름 때문이 아니라 그의 기적과 같은 승전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가 쏘나타를 출시한 직후 일부에서는 ‘소나 타는 자동차’라고 빈정댔다. 그러나 지금 쏘나타 자동차는 미국 등 세계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 않은가. 구글(Google)은 이름 때문에 잘 되고, 야후(Yahoo!)는 이름 때문에 경쟁에서 밀린 것은 아니지 않은가.
 
기존 제품의 이름을 바꿔 다시 출시한다고 제품이 더 잘 팔릴 것인가?  기업의 이름을 바꾼다고 고객들이 이름 때문에 그 기업을 더 좋아할 것인가? 우리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은 브랜드가 고객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것은 이름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브랜드가 고객들에게 어떤 혜택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브랜드 이름에 대한 믿음과 사랑, 그리고 존경하는 마음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에 대해 존경심을 갖는 것은 나라를 구한 그의 업적 때문이고, 김연아 선수를 좋아하는 이유는 동계 올림픽 등에서 국가를 대표해 큰 활약을 했기 때문이다.
 
 만약 중대한 실수를 벗어나기 위한 목적으로 회사나 제품 이름을 바꾼다면 기대만큼의 효과를 얻기 어렵다. 그보다는 브랜드가 고객을 위하여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 가에 따라 고객의 신뢰와 사랑을 다시 찾을 수도 있고, 그 반대 상황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된 삼양식품이 당시 이름을 ‘동향’으로 바꿔 ‘동향라면’을 출시했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그런 일이 생겼다면 삼양라면은 두 가지 이유로 후회했을 것이다.    
 
첫째, 고객은 새로운 이름의 라면을 만든 기업이 삼양식품이라는 것을 곧 알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름을 바꾼 이유가 궁색해지게 된다. 둘째는 이름을 바꿔도 이를 홍보하는데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생각하면 효용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행이도 삼양식품은 이름을 바꾸지 않았다.  
 
브랜드의 이미지나 명성이 훼손된 경우라도 이름을 바꿔 문제를 피하려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고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대신 잘못을 반성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개선하려는 노력이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간단한 진리를 명심해야 한다.    

박충환 / 전 USC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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