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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작은 나무에 앉은 새

나는 나 자신을 작은 새에 종종 비유합니다. 허드슨 강가에 앉아 뉴저지를 바라봅니다. ‘아무리 날갯짓해도 저 넓은 강을 건너지는 못할 것 같다’며 건너다보기만 하는 작은 새 말입니다. 내 주위의 모든 것이 크게만 보입니다. 비디오 작품을 전시하는 어두컴컴한 커다란 갤러리에 들어서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작품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만 출구를 향해 날개를 퍼덕거리다 밖으로 나옵니다. 대형 미술관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거창하고 크고 많아서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종종거리다 나와 계단에 앉아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 센트럴파크와 리버사이드 공원 주위만을 맴돌던 나는 어찌어찌하다가 차이나타운 캐널 스트리트까지 원정 갔습니다. 갤러리 문을 열고 들어섰습니다. 순간, 작은 새는 허드슨 강을 따라 내려오다 날갯짓을 멈추고 아늑한 공간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작은 작품들이 3면의 벽을 메우고 있었습니다. 한눈에 모든 것이 다 들어왔지만,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아주 작은 작품들이었습니다.
 
Alexa Grace 작가의 작업입니다. 작가에 대한 소개는 다음과 같습니다.
 
‘알렉사 그레이스의 일러스트 조각은 부드러운 말투와 절제된 재치가 돋보이는 연약한 작품입니다. 각 작품은 작은 만화 캐릭터가 배우로 등장하는 작은 무대 세트와 같습니다.’
 


작은 남자가 그 작은 공간 한가운데에서 우리를 반겼습니다. 만약 커다란 남자가 작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면 나는 그렇게 오래 그곳에 머물지 못했을 것입니다. 갤러리 겸 본인의 작업장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만든 짙은 회색 작은 상자 속 상자 그 안에 더 작은 상자 작업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와 같다고도 할 수 있지만, 느낌은 전혀 다른 미니멀한 작품들이었습니다. 그분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미술품 보관 및 보호를 위한 상자 제작을 26년간 했습니다. 임기가 끝나자, 미술품 전시, 창작, 보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그 갤러리 겸 작업장인 공간을 길게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 그분과 헤어지면서의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서입니다. 내 이름 ‘수임’을 사람들에게 소개할 때 예전엔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던 내가 그날은 그 작은 모든 것에 매료되었던지 “기억해 줘요. 내 이름은 swim, 수영하는 것 말이에요.”  
 
양손으로 수영하는 시늉까지 곁들였습니다.
 
“나 수영하는 것 좋아하는데. 이제는 하지 못해요.”
 
그분이 자기 다리를 내려다보며 말했습니다.
 
“어머 이렇게 오랫동안 서서 이야기할 정도면 다리가 튼튼하지 않나요?”
 
“아니 무릎을 구부릴 수는 없는, 그냥 한 그루의 나무 같은 다리예요.”
 
“어머! 나는 한 마리의 작은 새로 나무인 당신의 가지에 종종 놀러 와 쉬었다 가도 괜찮겠어요?”라고, 툭 튕겨 나오려는 말을 꾹꾹 눌러 삼켰다.  
 
그는 우리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우리가 멀어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 있다가 들어가겠다며 배웅했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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