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한인 브로커에 변협 경고장…명함에 가주 노동법 상담소
수임비 받고 "곧 해결" 말만
SBC "무허가 자문 처벌 대상"
본지는 경고장을 입수, 사건 정황을 살펴봤다. 사건 내용은 시간대별로 일목요연하게 적혀있다.
SBC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 2019년 4월 19일부터 시작됐다. LA지역 한 봉제 업체의 김모 대표는 노동법 소송과 관련해 브로커 크리스 박씨를 소개받았다.
경고장에는 “(브로커) 박씨는 김씨에게 노동법 문제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며 대부분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며 “만약 본인이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면 켈리 카사도 변호사에게 업무를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후 김 대표는 브로커 박씨에게 총 4000달러의 수임비를 지불했다. 문제는 수임비를 내고도 해당 소송은 해결은커녕 악화만 됐다.
김 대표가 상대측 변호사로부터 재판 전 절차인 ‘증거개시(discovery)’ 관련 편지를 받은 건 수임비를 낸 후 약 2년 후인 2021년 6월 24일이다.
경고장에는 “김씨는 이때 자신이 피고에 (회사명이 아닌) 개인 이름으로 지명됐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며 “이 사건을 논의하기 위해 김씨가 켈리 카사도 변호사를 만난 건 2021년 7월 1일이었다”는 내용이 명시돼있다.
경고장 내용대로라면 김 대표는 브로커 박씨에게 수임비를 낸 후 800여 일 만에 처음으로 변호사를 만난 셈이다. 경고장에는 “이후 박씨는 김씨에게 ‘사건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안심시켰고 법원에 모든 서류가 제출됐기 때문에 합의하기에는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라고까지 말했다”며 “그러나 2022년 5월3일, 김씨가 박씨에게 상대 변호사로부터 답변이 있는지 문자 메시지를 보냈는데 ‘아니오’라는 답변을 받았다”는 조사 내용이 담겨있다.
경고장에 따르면 김 대표가 카사도 변호사를 두 번째 만난 건 2022년 11월 7일이다. 수임비를 내고 3년 동안 변호사와 소송과 관련해 단 두 차례 협의한 셈이다.
경고장에는 “카사도 변호사는 이때 자신이 아프고 사건이 어려워서 김씨에게 다른 변호사를 찾으라고 했다”며 “심지어 김씨에게 사건 재판(2022년 11월 23일)이 곧 시작될 예정이라는 사실도 알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즉, 김 대표는 3년 넘게 브로커 박씨만 믿고 있다가 재판을 보름여 앞두고 변호사를 다시 선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경고장에 따르면 브로커 박씨는 김씨에게 ‘CLLCC(California Labor Law Compliance Consulting)’라고 적힌 명함을 건넸다. 한글로는 ‘가주 노동법 상담소’다. 명함에는 가주 노동청, 국세청(IRS), EDD(가주고용개발국) 등 정부 기관의 명칭까지 명시했다.
경고장에는 박씨가 변호사를 선임해 SBC에 제출한 답변서 내용이 있다. 박씨는 답변서를 통해 “변호사라고 주장한 적이 없으며 면허가 있는 변호사를 위해 일했다”고 주장했다.
SBC는 경고장에 이에 대한 조사 결과로 ▶박씨는 변호사에게 고용된 적이 없음 ▶변호사가 이 사건을 감독했다는 증거가 없음 ▶박씨가 제공한 CLLCC의 주소(3600 Wilshire Blvd, Suite 1804)는 변호사 사무실 주소가 아님 ▶박씨가 김씨에게 말한 내용 등은 법률 조언을 제공한 것으로 간주 ▶박씨는 직접 수임료를 설정해 수표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SBC는 경고장에서 “소송이나 법원과 관련이 없다 해도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법률 문서를 작성하거나 법적 자문을 제공할 수 없다”며 “무허가 법률 행위는 범죄이며 징역형 등에 처할 수 있으며 무단 법률 행위는 법원에 대한 모독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와 관련, 브로커 박씨를 대리하는 김기준 변호사는 8일 본지에 “박씨는 수임비를 다 돌려줬다”며 “SBC의 경고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번 조사는 SBC 산하 감찰관실(OCTC)의 한규희 변호사가 진행했다. SBC는 조사 결과에 근거해 브로커 박씨에게 경고장을 정식으로 발송했다.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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