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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읽기] ‘10년 징크스’

중국 비즈니스에 ‘10년 징크스’라는 게 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제품이나 기술이 10년을 버티기 힘들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사례는 많다.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에어컨·냉장고 등 백색가전을 생산, 판매에 들어간 것은 1990년대 중반이었다. 돈 많이 벌었다. 그러나 그 시장에 하이얼(海爾) 등 중국 업체가 뛰어들었고, 대략 10년이 지난 2000년대 중반 우리 브랜드는 밀려나야 했다. 건설장비인 굴착기도 그랬고, 주방 밀폐 용기 브랜드인 락앤락도 마찬가지였다.
 
백색가전, 기계, 철강, 조선, 자동차…. 중국의 산업 발전은 그 자체가 한국을 따라잡는 과정이었다. 그 ‘10년의 벽’을 넘어 여전히 버티고 있는 분야가 하나 있으니, 바로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시작은 TV·PC 등에 쓰이는 CRT(브라운관) 모니터였다. 1990년대 중반 우리 브랜드 제품은 한때 중국 시장점유율 70%를 넘기기도 했다. 중국 기업이 보고만 있을 리 없다. 그들은 10여년 거세게 추격했고, 2000년대 중반 한국을 따라 잡았다. 바로 그 위기의 순간 우리 기업은 LCD 디스플레이로 갈아탔고, 그 시장을 10년 더 주도할 수 있었다. 중국은 또 추격했다. 현대전자의 LCD 부분을 인수해 만든 BOE가 대표 회사다. 추격 10년, 중국은 또다시 한국 LCD를 잡았고, 우리 기업은 2010년대 중반 시장 주도권을 그들에게 넘겨야 했다.
 
여기가 끝인가? 아니다. 우리는 또 다른 병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로 치고 나갔다. LCD로 CRT 모니터의 한계를 돌파했듯, OLED로 ‘10년의 징크스’를 깰 수 있었다. 가만히 있을 중국이 아니다. BOE 등 중국 회사들은 지난 10여 년 OLED 추격전을 펼치고 있다.
 
불길한 소식이 들린다. 지난해 삼성·LG의 세계 스마트폰용 OLED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은 51.8%로 전년 대비 14.4%포인트나 줄었다. 모두 중국이 쓸어갔다. 중국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48.2%. 한국의 OLED 아성을 흔들 기세다. ‘10년 징크스’를 떠올리는 이유다.
 
핵심은 혁신이다. CRT에서 LCD로, LCD에서 다시 OLED로 이어지는 혁신의 역사를 만들 수 있었기에 우리는 시장을 지배할 수 있었다. 그게 없다면? 중국에서 나와야 하고, 산업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게다가 중국은 정부와 기업이 똘똘 뭉쳐 거칠게 기술 공세를 펼치고 있다.  
 
“우리는 과연 ‘10년 징크스’를 돌파할 혁신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 정부와 기업이 답해야 할 문제다.

한우덕 / 한국 중앙일보 차이나랩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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