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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신 캥거루족’ 증가는 사회의 문제

김예진 기자

김예진 기자

LA한인타운 곳곳에서 아파트 신축 공사가 줄을 잇고 있다. 신축 아파트들은 높게 치솟은 멋진 외관에 눈부실 정도로 깨끗한 유리창, 호텔 부럽지 않은 각종 편의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하지만 비싼 렌트비가 입주 희망자들을 주눅 들게 한다.  2015년 이후 지어진 신축 아파트들의 경우 스튜디오의 월 렌트비가 2300달러 안팎이나 된다. 여기에 유틸리티 비용, 주차료까지 더하면 월 렌트비로 2600달러가 훌쩍 넘어간다. 비싼 신축 아파트를 포기하고 오래된 아파트를 찾아도 한 달 렌트비가 최소 1600달러는 된다.    
 
학교를 졸업하고 막 사회로 진출한 사회초년생들은 부모로부터 경제적 독립의 첫발을 내디딘 만큼 자신만의 보금자리도 갖고 싶어한다. 하지만 희망과 현실 사이의 거리는 너무도 멀다.  
 
사회초년생의 수입으로는 신축 아파트 입주가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첫 보금자리 마련의 희망이 냉혹한 현실 앞에 무너져 내리는 것이다.  
 
이로 인해 취업했지만 부모의 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회초년생들이 늘고 있다. 20대 직장인 아이린 조씨는 취업한 지 2년이 다 되어가지만, 앞으로 최소 3년간은 독립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조씨는 “치솟는 렌트비로 인해 독립하는 게 무섭다”며 “내 소득 수준에 맞는 렌트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호소했다.
 


고물가와 주택난, 여기에 최근 구직의 어려움마저 나타나면서 사회초년생들의 독립이 점점 더뎌지고 있다. 이들은 부모로부터의 독립은 원하지만 학자금 대출 상환, 렌트비 등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부모의 그늘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조씨는 “현재 부모님과 함께 사는 대신 내 방의 렌트비에 해당하는 돈을 부모님께 꼬박꼬박 드리고 있다”며 “독립을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나에게 독립이란 별똥별처럼 멀게만 느껴진다”고 말했다.  
 
조씨처럼 어느 정도 경제적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립 대신 부모에게 생활비 등을 내고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을 ‘신 캥거루족’이라고 부른다.  
 
신용 점수 조회 사이트 크레딧카마(Credit Karma)가 전국의 Z세대(1997년~2012년생) 1249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3명이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고 답했다. 또 독립했다고 답한 Z세대 중 27%는 계속 상승하는 렌트비를 더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젊은세대는 자의가 아니라 렌트비 상승과 고물가 등 사회 구조적 이유로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초년생들은 높은 생활비와 학자금 대출 상환 문제 등으로 부모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조씨는 “독립을 생각해봤지만 렌트비, 식비, 유틸리티 비용 등의 지출이 한 달 급여의 50%나 차지한다”며 “지금은 독립을 뒤로 미루고 차라리 여윳돈은 미래를 위해 저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해도 독립을 할 수 있는 환경은 쉽게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렇듯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자녀들을 단순히 의지 부족 등 개인적인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의 후유증과 세계 경제 불확실성은 고물가와 고금리 시대를 초래했다. 다행히 올해는 물가 안정과 이로 인한 금리 인하도 예상되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고용시장도 예전만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들이  사회초년생들의 독립을 방해하고 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사회초년생들의 독립 문제는 단순히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복합적인 사회·경제적 의미가 담겨 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것이 차세대의 사회 적응력을 높이는 방법도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예진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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