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오스카다…한인 감독·배우 주요 부문 두각
전생 소재 문화 다양성 담아
뉴욕타임스, 작품상에 추천
셀린 송 감독·그레타 리 등 주목
배우 찰스 멜턴
‘메이디셈버’서 섬세한 연기
“능숙하고 우아” 극찬 받아
고담 어워즈 최우수 조연상
캐나다 출신 1.5세 한인 감독 셀린 송의 데뷔작인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는 전미비평가협회(NSFC) 작품상, 고섬어워즈 최우수 작품상을 받으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미국제작자조합상 후보에 오르며 막판 오스카 레이스에서 힘을 얻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시상식 시즌 이전에 이미 뉴욕타임스와 엔터테인먼트 전문잡지 버라이어티 등의 호평을 받으며 시선을 끌기 시작했다. 지난달 5일 뉴욕타임스의 영화평론가 앨리사 윌킨슨은 유태오의 연기를 높게 평가하며 오스카 작품상 후보로 추천했다. 이틀 뒤인 7일 엔터테인먼트 전문매체 버라이어티도 이 작품을 오스카의 유력 후보로 추천하면서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선정 기준을 따라 예측한 것”이라며 주관에 의존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개봉과 함께 독특한 소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국에서 만나 어린 시절 헤어진 두 남녀가 20여 년 만에 뉴욕에서 재회하면서 시작되는 운명적인 만남에는 전생이라는 이국적인 소재가 깔려있다. 여기에 다른 문화권에서 성장한 두 사람 사이의 괴리감과 불안정한 상황, 이런 차이가 만들어내는 설렘 등을 그려내며 미국의 다양한 문화가 만들어내는 풍경을 현실감 있게 전달했다. 주연을 맡은 한인 배우 그레타 리(노라)와 한국 배우 유태오(해성)는 독특한 소재와 문화 차이를 감동적인 연기로 담아내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독특하면서도 강렬한 스토리와 한국과 미국이라는 다른 세계를 하나로 묶어내는 연출력,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남우조연상, 여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에서 후보에 오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메이 디셈버’(May December)에 출연한 한인 배우 찰스 멜턴은 할리우드의 차세대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어머니가 한인인 멜턴은 토드 헤인즈 감독의 신작에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나탈리 포트먼과 줄리언 무어 사이에서 강한 존재감을 뿜어냈다.
나이 차가 많은 커플이라는 뜻의 ‘메이 디셈버’는 1990년대 미국을 발칵 뒤집어놓았던 13세 소년과 30대 기혼 교사의 관계를 다룬 작품이다. 30대 기혼 여성인 엘리자베스가 13세 소년인 조이에게 빠져 실형을 산 뒤에도 가정을 이뤄 살고 있는 실화를 다룬 영화는 사건을 영화화하려는 그레이시가 엘리자베스의 집을 취재차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멜턴은 스토리만으로도 복잡하고 다중적인 감정이 얽혀있는 조이 역을 맡아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줬다. “환상적이고 생생한 표정 묘사를 선보인다”, “이렇게 능숙하고 우아한 연기는 처음 본다”는 호평은 받은 그는 벌써 주간지 피플이 선정한 할리우드에서 떠오르는 아시안 배우 15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넷플리스 인기 드라마 ‘리버데일’의 레지 맨틀 역으로 주목을 받은 멜턴은 ‘메이 디셈버’로 고담 어워즈 최우수 조연상 수상을 받았다. 멜턴은 고담 어워즈에서 워너 브러더스의 역대 최고 흥행작인 ‘바비’의 라이언 고슬링과 레이철 맥아담스, 제이미 폭스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조연상을 거머쥐었다.
‘메이 디셈버’의 작품성도 멜턴의 수상 가능성을 높인다. 필터를 사용한 빛의 산란과 자유분방한 카메라 무빙, 꽃과 곤충의 인서트 쇼트, 난폭하게 편집된 음악 등 영화의 실험적인 도전은 제76회 칸 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올라 뜨거운 호평을 받았고 제33회 고담 어워즈에서 각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한인 감독과 배우의 활약이 기대되는 아카데미 최종후보 명단은 오는 23일에 발표되며 시상식은 3월 10일 LA 돌비 극장에서 열린다.
탈북 현장 담은 ‘비욘드…’ 장편 다큐서 주목
탈북가족 동행 생생한 현장감
주요 매체 최고 영화 등 선정
오스카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에서는 한인이 제작하지는 않았지만, 탈북자 문제를 다룬 ‘비욘드 유토피아’(Beyond Utopia)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큐멘터리 장편영화 부문 쇼트리스트에 오른 ‘비욘드 유토피아’는 탈북민 가족이 필사적으로 북한을 벗어나면서 겪는 고충과 애환을 담았다. 마드렌 개빈 감독은 탈북자를 지원하는 김 목사의 도움으로 2번의 탈북 과정에 직접 참여해 촬영했다. 개빈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북한에서 얼마나 심각한 인권 침해와 유린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 영화로 실상을 알려 국제적 관심을 환기하는 것이 북한 인권 개선의 첫걸음”이라 전했다.
이 영화는 수상 경력이 화려하다. 지난해 9월 우드스톡영화제에서 최고상인 베스트 다큐멘터리상과 베스트 다큐멘터리 편집상을 받았고 올해 1월에는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에 선정됐다. 이 외에도 뉴욕타임스 비평가 선정 영화, 워싱턴포스트 선정 올해의 최고 영화 등에 선정됐다. 중앙정보국(CIA) 북한 분석관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국·일본·오세아니아 담당 보좌관, 국가정보위원회(NIC) 동아시아 담당관 등을 지내며 수십 년 동안 연방정부에서 북한 관련 업무를 해온 수미 테리 전 국장은 ‘비욘드 유토피아’를 최고의 영화라고 찬사를 보냈다. 테리 전 국장은 “이 영화가 공식 후보에 오르고 상을 받게 되면 더 많은 사람이 영화를 보게 되고 탈북민의 인권 상황을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 영화가 담아낸 현장성에 오스카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기대가 높아지는 대목이다.
정하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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