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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 그 노인은 뭐가 두려웠을까

"필요한 노인에게 가는지는 미지수다."
 
취재차 만난 노인복지 종사자의 말이다. 뉴욕시 노인국의 서비스 감시 대상이 누가 되어야 할지 논의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뉴욕한인봉사센터(KCS) 경로회관은 가정급식서비스(Citymeals-on-Wheels)를 통해 시 지정 구역 내 노인에게 일주일에 세 번 밥을 배달한다. 초기 30~40명대로 시작한 급식 봉사에 현재는 수백명이 참여한다. 한인노인도 있지만 한식이 좋아 노인국에 한식을 요구한 타민족도 있다. KCS에 따르면, 한식 제공 단체는 이곳뿐이다.
 
주방은 ▶생선전 ▶술떡 등 이른바 '특식'을 마련했다. 이 때문에 배달이 차례로 밀리자 배달차 전화통은 그야말로 불이 나게 울렸다.  
 


한 중국계 노인은 전화로 언성을 높이기도 했는데, "calm down"을 말하자 진정했다. 취재차 종일 동행한 배달 봉사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밥도 거른채 한순간도 쉬지 못했다. 하지만, 수십 곳의 빠듯한 배달 일정에도 그의 방문만이 대화의 전부일지 모를 노인을 위해 밝게 배달했다.
 
노인은 대면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열일 제쳐놓고 기다렸다. 밥차가 오는 시간에 집에 없다면 사전고지해야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데, 집에 없을 때가 많다. 모순적이지만 현실이다. 여행이나 자녀 집 방문 등 사유가 있지만 집 앞 외출이 더 많다.
 
노인국은 거동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 중 수혜자를 선정한다. 질병의 정도가 심하거나 이동이 불편한 걸 증명한다면 누구나 가능하다. 노인국 서비스 매니저가 구역별 가구를 방문해 심사한다.
 
운영을 맡은 KCS 등 단체들은 밥을 받기로 한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없다면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려야 한다. 대면 프로토콜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노인국은 연방·주정부의 지시를 거쳐 비영리단체 등에 노인 서비스 제공 정도를 계약단계서 나눈다. 계약단체를 까다롭게 모니터링하는 것도 복지 혜택이 제대로 되는지 감시하는 것이다.
 
다만 이미 수혜자가 된 노인들에게도 까다로운 모니터링이 적용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무릎수술로 거동이 불편했지만 수년이 흘러 회복돼 매일 대중교통을 타고 외출하는 H할머니 ▶요리는 못하겠다던 K부부 ▶대저택에 사는 P할아버지는 노인국의 까다로운 심사 방향이 누구를 향하는지 어리둥절하게 한다.  
 
요리를 하다 맨발로 배달을 받고 집에 들어오라 초대한 후 수시간이 흘러 갑작스레 시에 신고한 K할머니는 어떤가.  
 
過則勿憚改(과즉물탄개). 공자는 "허물이 있다면 버리기 두려워말라"고 했다.  
 
자진해서 초대했던 손님을 한순간에 감시 대상으로 만들어버릴만큼 그 노인은 무엇이 두려웠을까.
 
강민혜 기자 kang.minhye@koreadailyny.com 

강민혜 / 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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