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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예술을 들이는 법' 아트 페어에서 미술 흐름을 읽다

아트 페어는 미술품 오일장, 다양한 장르와 가격대 작품 한 눈에
취향에 맞는 작품 찾아 안목을 키워야
MZ세대 컬렉터 증가 추세

 
 
북미에서 가장 큰 미술시장인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Art Basel Miami Beach 2023)가 2주 전 막을 내렸다. 1970년 스위스 바젤의 갤러리스트들이 주축이 되어 시작된 아트 바젤은 모던 아트와 컨템포러리 아트를 다루는 페어다.  
 
이들의 목적은 명확하다. 매년 가장 매력적인 예술품을 한자리에 모아 소개함으로써 컬렉터들의 작품 구매를 원활하게 하는 것. 지금은 스위스 말고도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 비치, 홍콩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같은 이름의 페어가 지역을 달리해 각기 다른 에디션으로 나뉜 셈이다.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는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계 아트를 적극 끌어들임으로서 다채로운 느낌이 강하다. 미술백화점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이번 아트페어는 세계 미술시장의 도매상 역할을 하는 메이저 갤러리들이 참여해서 폭넓은 작가들의 작품을 접할 수 있었다.
 


아트 바젤에서 소개하는 작품 중에는 전도유망한 신인의 것도 있고 이미 세계적 명성을 누리는 중견 작가의 것도 있다. 작품 가격은 천 달러대부터 수천만 달러까지. 이런 작품들을 살만한 재력이 있는 컬렉터들에게 아트 바젤은 세계 정상급 하이 엔드 브랜드들을 한 자리에 모은 원스톱 쇼핑센터이다.  
 
그렇다면 아트 페어는 돈 많은 일부 계층의 전유물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단순히 판매와 소비만 이뤄지는 자리가 아니라 유행을 읽는 재미난 놀이터이다. 아트페어를 미술품 오일장이라고 생각해보자. 많은 화랑과 큐레이터, 작가가 같은 시간대에 한자리에 모이는 탓에 미술계 최신 동향과 흐름이 한 눈에 읽힌다.  대규모 부스 형식의 이벤트성 아트페어를 경험하면서 관람객들은 짧은 시간에 다양한 작품을 구경할 수 있다.  
 
값비싼 예술작품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이곳에서 자신의 기호를 파악하고 관심 있는 작가와 작품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아트 페어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일류 갤러리들이 그 시점 자신 있게 내놓는 최고의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MZ세대로 불리는 23세~38세가 예술품 컬렉팅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아트 바젤(Art Basel)과 스위스 금융사인 UBS가 공동으로 펴낸 '2023 미술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예술품 판매는 전년 대비 3% 증가한 678억 달러로 추정되고, 팬데믹의 영향으로 온라인 미술시장이 확장하면서 컬렉터들의 연령이 낮아졌다. 실제로 2020년 이후 미술품 수집가 가운데 40세 미만이 20%를 넘는다.  
스콥 아트쇼 마이애미 비치에 참가했던 조각가 김현정은 “현재 미국시장에서 MZ세대 관람객 수 증가를 피부로 느끼지는 못하지만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NFT와 디지털 작품, 팝적 요소가 강한 작품들에 젊은 세대가 주목하고 있다”면서 순수 미술과 디지털 기술의 조합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한다. 특히 미국이 전체 미술시장 45%를 점유하며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성장세나 변화 속도도 가장 빠를 것으로 전망했다.  
소신 있는 컬렉터들은 유명한 작가를 찾기보다 자신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작가를 선택하며 시장을 활성화한다. 요즘의 키워드는 ‘인스타그램’. 많은 컬렉터들이 SNS에서 작품을 먼저 접하고 전시를 보러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스타그램 피드의 첫인상이 작가의 첫인상이 되기도 한다. 전시를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했던 과거와는 정반대의 양상이다.  
작품과 전시 자체를 무거운 문화 양식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마치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를 보고 인플루언서를 팔로잉하듯 언제든 자신이 원하는 만큼 미술품을 감상하고, 예술가나 갤러리와 SNS로 소통한다. 마치 하나의 놀이처럼 즐기는 모양새다.  
 
김현정 조각가는 “작가에게 인스타그램은 필수 홍보 플랫폼”이라고 강조한다. 과거에는 홈페이지에서 포트폴리오를 찾아 볼 수 있었다면 지금은 인스타그램에서 모든 정보를 훨씬 빠르고 쉽게 찾아본다. 인스타그래머블한 작가들이 반드시 아트페어에서의 인기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대부분 컬렉터들은 이미 팬이된 작가의 작품을 실제로 보고 구매하기 위해 아트 페어를 찾기 때문에 인스타그램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컬렉션 방향을 먼저 정하고 취향에 맞는 아트 페어를 찾아가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아트 페어는 현대미술, 인상주의, 올드 마스터 작품 등 각기 지닌 색깔이 다르다. 틈새시장도 있다. 아직 생소하지만 '1-54 아프리칸 현대 미술 아트페어'(1-54 Contemporary African Art Fair)는 아프리카와 디아스포라 작가 작품을 주로 다룬다. '사진페어 뉴욕'(PHOTOFAIRS New York)은 사진을, '아트 온 페이퍼'(Art on Paper)는 종이를 질료로 드로잉과 수채화, 판화를 다룬다.  
 
아트 바젤 같은 대규모 아트 페어가 열릴 때 같은 기간 주변에서 동시에 열리는 위성페어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김현정 조각가는 “아트 페어가 각기 차별화되어 뚜렷한 성격을 가진다면 수년간 지속되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작가와 관람객 모두의 기대치를 채울만한 아트 페어가 있을 때 작가 입장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를 계획할 수 있고, 컬렉터 또한 에너지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트 페어의 본질은 판매와 구매이다. 하지만 거래를 넘어서 오롯이 예술 잔치로 즐기는 건 어떨까. 미술 작품을 컬렉팅하는 과정은 그 작가의 삶과 세계를 향유하는 것과 같은데, 투자 수익으로 접근하면 곤란하다.  
 
작품을 찾아볼 시간이 많지 않고 고가 작품을 살만한 구매력이 없는 상태라면 관심 있는 작가의 작품을 구매해 집에 걸어보는 것으로 부담 없는 컬렉션을 시작할 수 있다. 미술품 소장이 주는 즐거움, 내 집에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즐기면서 작품을 통해 작가와 소통하는 느낌을 가져보는 기쁨을 알게 될 때 스스로 아트페어에 찾아가게 될 것이다.  
 
결국 자신의 삶과 아트 컬렉팅의 양팔 균형을 유지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주변 사람과 경쟁하거나 유행을 좇지 말고, 자신만의 수집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행복한 컬렉팅이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어떤 작품을 진심으로 원하는지 밥에 뜸을 들이고 과일을 익히듯 숙성해보자.

클로이 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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