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차세대 인터뷰 II] 포브스 선정 한인 형제
매년 포브스가 선정하는 ‘30세 미만 30인’에 한인 형제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주인공은 남가주 출신의 케일럽 이(29)씨와 네이선 이(27)씨. 이들은 각각 ‘컨수머테크’ 분야와 ‘헬스’ 분야에서 2024년의 기대를 모으는 스타트업(Start-up) 기업을 이끄는 차세대 인재로 뽑혔다.
지금은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학창시절 패서디나 폴리테크닉 스쿨에서 신문 편집장을 하고 나란히 하버드대에 진학해 졸업한 것이나, 즐기던 운동(형은 야구와 펜싱, 동생은 농구와 펜싱)도 비슷한 걸 보면 분야는 다르지만 나란히 창업가의 길을 걸어가는 것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만날 때마다 서로 경험을 공유하고 격려한다는 이들 형제는 한인 커뮤니티를 대표할 차세대 리더다.
“구직자에게 임금과 복지혜택 정보 공개”
케일럽 이 공동창립자· 무료 구직 플랫폼 반다나(Bandana)
반다나는 하버드 친구 2명과 함께 올 1월 창립한 스타트업으로 뉴욕시를 기반으로 한 무료 일자리 플랫폼(bandana.co)이다.
기업에는 직원을, 구직자에게는 일자리를 찾아주는 반다나는 급여는 물론 각종 복지 혜택이나 근무지, 통근권 등을 자세히 알려 구직자가 투명한 정보를 토대로 일자리를 얻을 수 있게 한다는 게 취지다. 기업체의 경우 준비된 직원을 빠르게 채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로 사이트를 방문하면 일자리를 쭉 나열된 다른 구직 사이트와는 다르게 뉴욕시 지하철 노선에 맞춰 구역별로 나와 있는 일자리 숫자와 시간당 임금이 공개돼 있다. 이처럼 빠른 정보 공유와 쉬운 액세스로 인해 개설한 지 1년 만에 6만 명이 방문했을 만큼 이용률이 높다.
이씨는 “다른 구직 앱이나 사이트와 다른 점은 우리는 회사의 다양한 혜택까지 모두 공개해 구직자들이 안전한 직장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창기 운영이 힘들었지만, 최근 벤처 캐피털로부터 380만 달러를 투자받아 안정된 상태”라는 이씨는 “우리의 목표는 뉴욕 시민들에게 좋은 일자리 찾아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구직자나 구인 회사 모두 믿을 수 있는 사이트가 되도록 계속 개발하고 매일 도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다. 좋은 친구들과 함께 스타트업을 할 수 있었고 비교적 빠른 시간에 스타트업이 안정됐다”는 그는 스타트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선택이 잘못돼 실패하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한다면 결국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다나의 성공이 모두 운만은 아니다. 이씨는 창업 전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매스터카드 데이터와 서비스 관련 컨설팅 업무를 2년 6개월간 담당했으며 주택 건설 및 개발 기업인 ‘코티지(Cottage)’에서 LA와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주택 판매와 마케팅 업무를 2년 동안 하면서 마케팅과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를 익혔다.
그의 경력에는 하버드 대학 졸업 후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돼 전주의 한 남자고등학교에서 영어를 1년 4개월 동안 가르치고 돌아온 것도 포함돼 있다. 사회에 진출하기 전 좀 더 경험을 쌓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선택한 길이다.
이씨는 “친할아버지가 60년대 한국에서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미국에 와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래서 내가 한국에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돼 한국에 갔을 때 가슴이 벅찼다”며 “무엇보다 내가 어디서 왔는지 잊지 않았다는 사실에 감사했고 할아버지가 받았던 혜택을 내가 한국 사회에 환원할 수 있다는 것에 기뻤다”고 말했다.
이씨는 “궁금한 것을 찾아가다 보니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됐다”며 “꿈은 좇는 게 아니라 이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 한해도 다양한 기회를 찾고 만들면서 꿈을 이루는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3년 만에 직원 30명... 외형 확장 주력”
네이선 이 공동창립자·의료 청구 자동 시스템 주니퍼
이씨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친구 3명과 함께 공동창업한 ‘주니퍼’는 정신건강 관련 클리닉의 운영 자동화를 돕는 스타트업이다.
예를 들어 아동의 언어훈련를 지도한 클리닉이 환자의 의료보험사에 치료비를 청구할 경우 평균 2~3개월이 걸리는 처리 기간을 주니퍼는 1주일 안으로 앞당긴다. 또한 일반적으로 보험회사가 청구서의 80~85%만 지급하는 것도 100% 처리해준다.
이씨는 “미국의 의료보험 시스템이 복잡하다 보니 소규모 클리닉의 경우 보험회사에 비용을 청구하면 제때 받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청구비를 100%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가 창업한 주니퍼는 이러한 의료 보험청구 절차를 자동화시켜 클리닉들의 원활한 운영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의료비 청구 과정을 자동화시키는 아이디어는 이씨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했다.
이씨는 “어릴 때 스피치테리파를 받았는데 담당 치료사가 보험회사에 치료비를 청구하면 2~3개월이 지나도 돈을 못 받거나 청구한 금액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걸 알게 됐다”며 “그러다 클리닉을 운영하는 가족 지인의 어려움을 듣고 해결책을 모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1년 1월 출발한 주니퍼는 초창기 클리닉들에 시스템을 이해시키는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6개월 만에 자리를 잡았으며 지금은 30명이 근무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이씨는 “직원의 대부분은 컴퓨터 엔지니어들로 자동화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며 “지금은 샌프란시스코 지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가장 큰 자폐증 치료 서비스 기관 3곳을 포함해 30개 이상의 주에서 운영되는 클리닉들의 보험 및 청구를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회사가 받은 투자금 규모는 1400만 달러에 달한다. 매출 역시 지난 3년간 매년 2배 이상 성장했으며 최근 3개월 동안에도 2배가 늘었을 만큼 안정적이다.
올해도 콜로라도, 네바다, 텍사스 등 전국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는 이씨는 매일 화상 회의나 직접 전국을 다니며 클리닉 경영진과 만나 잠재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전략 세션에서 데이터를 분석해 개선 방법을 알려준다.
이처럼 이씨의 스타트업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던 건 고등학교 시절부터 차곡차곡 준비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MIT에서 진행한 ‘스타트업 서머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스타트업이 커리어가 될 수 있다는 걸 배웠다”며 “대학에서 컴퓨터학을 전공한 것도 프로그래밍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졸업 후에는 매켄지 앤 컴파니에서 2년간 컨설턴트로 일하며 경영 전략과 마케팅 전략에 대해 현장 경험을 쌓았다.
이씨는 스타트업을 고민하는 한인 차세대들에 “기다리지 말고 그냥 시작하라. 문제가 있다면 가능한 많은 사람과 이야기하고 해결하라”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이씨는 “실패에 관해 부담을 갖지 말라”고 강조했다.
“포기하지 마세요. 하지만 다른 결과를 기대하면서 같은 일을 반복하지 마세요. 변화는 지금도 줄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변화를 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 계속 도전하세요.”
장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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